[시론/김판규]군복이 부끄럽지 않아야 강국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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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의 소중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드높다. 두 동강 난 천안함과 희생된 46명의 장병이 대한민국의 안보 현실을 새삼스럽게 상기시켰기 때문이다. 안보란 원래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없어서는 결코 살아갈 수 없는 공기와 같다. 그래서 로마인은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Si Vis Pacem, Para Bellum)’는 경구를 생활의 지혜로 삼았다. 동서고금의 역사는 군이 국민에게 사랑과 신뢰와 존중을 받을 때 나라의 부국강병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짐을 증명했다.

지난 정부 시절 국가안보의 근간인 군은 최고통수권자가 군 복무기간을 썩는다고 표현할 정도로 홀대와 비판을 받았다. 이에 반해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3일 후인 2008년 2월 28일 학군장교 임관식장에서 “군복무를 영광으로 알고 군복을 입고 다니는 것을 자랑스럽게 만들고 군을 감사하고 존중하며 아끼는 사회를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60만 장병에게 희망을 주고 군 사기를 한껏 높여주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현재까지 필자는 대통령의 다짐이 구체적으로 실천되어 “군복 입은 것이 자랑스럽게 되었다”는 평가를 군인들로부터 좀처럼 듣지 못했다.

국가안보를 책임진 군의 사기 앙양과 명예 고양은 대통령 혼자만의 행보가 아니라 총체적인 국방태세를 재점검하고 실천할 때 이뤄진다. 물론 천안함 사건과 관련하여 고 한주호 준위를 조문하고 46명 용사의 조문 및 장례식에 참석하는 등 대통령의 친군적 행보는 과거 대통령과 비교해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더 중요한 점은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발족된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가 진정성을 갖고 국방의 총체적인 개혁을 실천하는 일이다. 개혁을 위해서는 군의 전투준비태세 점검과 함께 장병의 사기, 복지 증진과 예우 향상을 위한 대책이 종합적으로 포함돼야 한다.

첫째, 국방개혁 2020의 내실화가 이뤄지도록 재점검하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방개혁 2020의 추진 방향과 예산 부족의 문제점은 재검토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전투준비체계를 개선하고 교육훈련을 통한 전투준비태세를 새롭게 완비해야 한다.

둘째, 국방부는 주인의식을 갖고 안보태세의 개혁과 군 명예의 회복을 위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군복 입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하는 데 국방부가 과연 무엇을 했는지 자문하고 반성해야 한다. 국방부가 외부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명예를 높이기 위해 장병의 복지 및 사기 고양 방안, 인사관리 및 부대 운영 등의 문제점을 발 벗고 나서서 파악하고 분석하여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셋째, 보훈처는 제대군인을 지원하는 데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보훈처는 제대군인국을 창설하여 전역 간부를 지원하고 있지만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선진국의 경우 제대군인의 재취업률이 90%를 웃도는 데 반해 우리는 10년 이상 장기복무 후 제대하는 군인의 취업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제대군인이 군복무를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실질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민의 전폭적인 신뢰와 충정 어린 채찍이 있어야 한다. 국민은 천안함 후속조치를 지켜보면서 안보 불안을 걱정하고 군에 질책을 보냈다. 민군 합동조사단에 의한 원인 규명이 분명해졌으므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군을 매도하는 상황을 경계하는 데 한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이 없는 군이 있을 수 없고 군 없는 국민이 있을 수 없다. 군의 통절한 심기일전에다 군에 대한 국민의 따듯한 신뢰가 더해져 대한민국의 안보를 기본에서 다지는 절호의 계기가 되기를 열망해 본다.

김판규 전 육군참모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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