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우경임]장애진단비용 민간에 떠넘기는 장애인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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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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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연금 제도가 7월부터 실시된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은 각각 15만, 14만 원의 연금을 받는다. 소득 기준이 이를 벗어나는 신규 수령자는 9만 원을 받는다.

신규 수령자는 10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2007년 활동보조서비스 도입 당시 장애등급 판정을 받았던 5000여 명을 제외한 나머지 9만5000여 명은 의료기관에서 장애진단을 새로 받아야 연금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장애인에게 진단비용은 결코 만만한 금액이 아니다.

진료가 아니라 진단이 목적인 ‘장애진단’은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아니다. 장애진단에는 X선 검사, 지능 검사, 심전도 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해야 하는데 장애인이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 전체 장애인의 19%를 차지하는 뇌병변 장애인은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 고가 검사도 필요하다.

서울시내 대학병원 7곳의 장애 진단비용을 조사한 결과 MRI 촬영은 15만∼30만 원, CT는 25만∼70만 원, 지능 검사는 5만∼20만 원이었다. 지체장애 1만5000원, 정신장애 4만 원의 장애진단서 발급 비용도 별도로 낸다.

중증장애인의 월평균 소득이 평균 39만5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한 달 수입의 대부분을 진단비용으로 내야 할 수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장애 진단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나오자 최근 대한병원협회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 필요한 검사를 최소화하고 진단비용을 보험수가대로만 받아 달라는 내용이다. 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장애진단펀드’ 10억 원 조성을 제안해 성사됐다. MRI와 CT 검사를 받는 장애인의 경우 10만 원씩 지원해 줄 예정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복지부가 장애진단펀드를 먼저 제안해 모금회의 위원회가 지원을 결정했다”며 “10만 원을 지원하면 평생 연금을 받을 수 있어 사업의 타당성이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도 “장애인연금 도입으로 다른 장애인 예산을 늘리기 쉽지 않다”며 “내년부터 기초생활수급자에 한해 진단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예산으로 할 일을 민간에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한 민간모금기관 관계자는 “복지부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예산부처와 국회를 설득하기보다 손쉽게 민간모금에 기대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장애 진단비용 부담은 정부가 새로운 장애인 제도를 도입할 때마다 제기됐던 문제다. 정부가 이런 일을 예상하고도 예산을 확보하지 않은 채 민간에 손을 벌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우경임 교육복지부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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