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범죄자 兄노릇’ 하는 중국과 韓美공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7일 03시 00분


어제 방한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국제사회는 북한의 호전성과 도발행위에 눈감아서는 안 되고 이에 대응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정부의 제재 조치에 대해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천안함 사태의 후속 조치를 둘러싸고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클린턴 장관이 직접 서울에 와서 미국의 확실한 태도를 천명해 마음 든든하다.

미국은 천안함 사태를 동맹국에 대한 군사 도발일 뿐 아니라 동북아 안정과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국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여러 국가와 유엔 등이 북한에 대해 규탄 성명을 낸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북한에 제대로 된 신호를 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혀 힘을 보탰다.

그러나 중국은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전이나 후나 달라진 게 별로 없다. 장위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누가 어떤 조치를 취하더라도 중국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전에 어긋나는 모든 행위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의 대북(對北) 응징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의 표시로 보인다. 그러나 동북아의 평화와 안전을 깨뜨리고 있는 주체는 다름 아닌 북한이다.

중국은 황하문명의 발상지로 수천 년 동안 세계 문명을 선도한 대국이었다. 21세기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G2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국력을 자랑한다. 그런 중국이 60년 전 침략전쟁을 돕기 위해 맺은 혈맹 관계와 지정학적 이해(利害)에 얽매여 천륜(天倫)과 인륜(人倫)을 저버리고 있는 북한 같은 범죄 집단의 형(兄) 노릇이나 자처하고 있으니 매우 안타깝다. 대국의 도리가 아니며 공자 사상의 핵심인 인의예지(仁義禮智)에도 어긋난다.

최근 들어 일부 아시아 국가가 중국의 패권을 우려해 친미(親美)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포린폴리시 최근호에 따르면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 부장관은 “중국은 미국과 공유하는 가치와 이해관계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세계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G2가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중국의 힘이 아무리 막강한들 그 힘을 올바로 쓰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대우를 받을 수 없다. 중국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현명한 판단과 이성적인 행동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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