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구자룡]김정일 초청으로 중국이 잃게 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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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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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금강산관광지구 내 남한정부 소유 부동산을 몰수하겠다고 발표한 다음 날인 24일 중국관영 신화통신은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에서 북한으로 가는 관광열차가 출발했다며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헤이룽장(黑龍江) 성에서 온 중년 남성 관광객들은 여행 분위기에 흠뻑 젖어 있는 모습이었다.

또 일본 언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4월 말이나 5월 초에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잇따라 보도했다. 중국당국은 이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지금 중국이 북한으로 단체 관광객을 보내기 시작했다며 잔치 분위기를 전하거나 김 위원장의 방중을 통해 우의를 다질 때인지 의문이 든다.

북한은 남한 부동산 몰수에 이어 개성공단도 폐쇄할 듯한 태세다. 더욱이 천안함 침몰사건에 북한의 개입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시점이다. 중국이 60년 전 북한과 항미(抗美) 전쟁을 같이한 동맹국이었지만 지금은 한국과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북한의 막무가내식 행동으로 한국이 분개하고 있는 마당에 중국이 이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우방의 도리가 아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연구 책임자인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이 천안함 사건에 연루됐을 경우 중국을 상대로 한미 양국이 김 위원장의 방중을 거부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공감할 말이다.

북한은 두 차례 핵실험으로 유엔의 제재를 받고 있지만 비핵화에 대한 어떤 진전된 의지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이런 때에 중국이 김 위원장을 비밀리에 초청해 양국의 우의를 확인하고 서로 협력하자는 등 우호 분위기를 연출하면 세계는 북한보다 중국을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중국 지도자들은 언젠가부터 “중국 없이 세계 중요 문제의 해결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중국이 개혁개방 30여 년을 거치면서 경제적으로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책임 있는 대국이 되어 가고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말일 것이다.

만일 중국이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지난해 10월과 올해 2월 각각 방북해 두 차례나 김 위원장을 초청했는데 오지 않으면 체면이 손상된다고 보고 김 위원장 방중을 적극 추진한다면 이는 소탐대실이다. 김 위원장은 “세계가 나를 배척해도 중국이 뒤를 봐주면 안심이다”라는 생각으로 체제개혁도 미루고 변화를 추구하지도 않을 것이다. 중국이 지금은 김 위원장을 초청하지 말아야 할 이유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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