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박영균]‘아이폰 충격’ 이어 ‘전기차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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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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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 중소기업의 시험용 전기자동차가 주행 중에 불이 나 타버렸다. 이달 14일부터 허용된 시속 60km 이하 저속 전기차의 도로 주행을 앞두고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당연히 미래의 친환경 자동차로 등장한 전기차의 안전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세계 각국이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는 전기차 경쟁에 우리만 뒤처지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자아냈다.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열려 전기차 주행 퍼레이드라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로 운행하는 차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충전시설 등 전기차가 달릴 수 있는 인프라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제쯤 시내를 달릴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는 전기차 충전시설이 5곳 있을 뿐이다. 그나마 서울뿐이고 연말까지 서울 제주 등에 추가로 100여 곳을 늘린다고 한다. 충전시설을 늘려도 당장 전기차가 달릴 수 있는 여건은 못 된다. 도쿄 일대에 153개의 급속 충전소를 설치한 일본은 올해 안에 일본 주요도시를 중심으로 충전시설을 100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영국과 아일랜드도 1500개 이상 확보한다고 한다. 외국에 비해 우리의 전기차 시대 개막은 초라하다. 왜 전기차가 도로를 달릴 수 없느냐는 업체의 항의에 밀려 마지못해 도로 주행을 허용한 듯하다.

저속 전기차는 일종의 오픈게임이다. 메인게임은 시속 100km 이상으로 달리는 고속 전기차 경쟁이다. 저속 전기차가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릴 수 없는 데 비해 고속 전기차는 현재의 가솔린자동차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저속 전기차보다 고속 전기차 경쟁에서 더 뒤진다. 일본에서는 미쓰비시가 작년 7월 최고속도 시속 130km의 전기차 판매를 시작했다. 우리는 이르면 올해 안에 고속 전기차를 선보일 수 있을 전망이지만 고속 전기차 인프라는 아직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미래의 친환경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전기차 개발을 적극 추진해 왔다. 이명박 대통령도 “전기차가 자동차산업의 미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개발을 독려했다. 그러나 아직은 기대 밖이다.

가장 큰 자동차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는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 자동차 연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를 해서라도 전기차 개발을 서둘러야 할 처지다. 라이벌이던 세계적 메이커들이 서로 제휴에 나서는 것은 전기차 개발 속도를 높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중국 자동차회사가 미국 포드의 유럽 자회사인 볼보를 사들이고, 제너럴모터스(GM)의 자회사 사브로부터 기술을 사들인 것도 전기차 개발 의도와 무관치 않다. 전기차가 자동차회사들의 재편을 재촉하는 형국이다.

친환경차 개발 경쟁 뒤처지나

우리 자동차회사들은 이런 세계적인 흐름에서 한 걸음 비켜선 듯하다. 정부도 관련 부처 간에 박자가 맞지 않는다. 전기차 가격이 너무 비싸 수요가 없을 것이라고 하는데도 이렇다 할 대책은 없다. 그렇다고 프랑스 정부처럼 전기차를 수만 대씩 구입하려는 움직임도 없다.

전기차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처럼 일종의 융합기술 제품이다. 배터리 기술을 비롯해 충전시설 안전장치가 동시에 개발되어야 한다. 자동차회사 혼자서 기술을 개발하고 완제품을 내놓기는 힘들다. 설령 그럴 능력이 있더라도 속도나 효율 면에서 타산이 맞지 않는다. 아이폰이나 전기차 같은 융합복합 산업의 규모는 급증하고 있다. 세계 시장규모는 2008년 8조6000억 달러에서 2013년 20조 달러, 2018년 61조 달러로 급성장이 예상된다고 한다. 예컨대 스크린골프나 원격검진 같은 융합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업계가 스마트폰 판매를 미루다가 초래한 ‘아이폰 충격’을 전기차에서도 되풀이할 것인가.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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