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핵 폐기 못시키면 2년 뒤 核정상회의 의미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4일 03시 00분


세계 47개국 정상들이 참석한 제1차 핵(核)안보정상회의에서 한국이 2012년 2차 회의 개최국으로 결정됐다. 한국의 핵정상회의 개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요청을 이명박 대통령이 수락하고 정상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확정한 것이다.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에 이어 2년 뒤 2차 핵정상회의까지 개최함으로써 국가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의 개최국 결정은 북한 핵문제 당사국이라는 점이 고려됐지만 확고한 한미 동맹관계와 양국 정상의 돈독한 신뢰와 우의도 큰 역할을 했다. 한국이 국제사회의 새로운 의제인 ‘핵안보’에 관해 개최국으로서 주도권을 행사한다면 2012년 핵 보유를 통한 강성대국을 목표로 내건 북한을 압박할 수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주창한 ‘핵무기 없는 세상’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핵정상회의는 인류가 당면한 최대 위협인 핵 테러 방지를 위해 핵물질 방호(防護)에 관한 국제사회의 협력과 공동 대응책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다. 1차 회의는 핵 감축이나 비핵화 문제가 논의 대상에서 제외되고 핵물질의 안전 관리와 테러조직으로의 이전 방지에 초점이 모아져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북한이 1∼6개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발언을 계기로 일각에서 미국이 북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고 비핵화보다 비확산에 주력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핵 폐기와 한반도 비핵화는 흔들릴 수 없는 확고한 대원칙이다. 한국의 핵정상회의 개최는 북핵 폐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넓히고 공조를 강화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북의 핵 보유를 인정한다면 2012년 핵정상회의 개최는 의미를 상실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세계 6위의 원전국가이며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해온 모범국이다. 원전 기술의 안정성과 우수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 수출까지 하게 됐다. 핵정상회의 개최는 한국 원전산업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보유한 사용후 핵연료 1만 t은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한국의 핵정상회의 개최가 이를 위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에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 ‘회의는 춤춘다. 그러나 진전되지는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정부는 화려한 국제행사 개최에 자족하지 말고 국가 내실을 다지는 데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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