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천안함 사건 총체적 대응능력이 국가신인도 가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9일 03시 00분


정부는 천안함 침몰 사건의 정확한 원인을 가리기 위해 민군(民軍) 합동조사단과는 별개로 미국 영국 호주 스웨덴 등 4개국 전문가들과 함께 다국적 조사위원회를 구성한다. 한국의 협조 요청에 이들 나라가 선뜻 응했다. 민군 합동조사단에도 실종자 가족 대표와 국회 추천 인사 등 민간인 참여를 늘리고 단장은 현역 장성과 민간인이 공동으로 맡는다. 정부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유엔의 관련 기구에 검증을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모두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원인 규명을 통해 조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국제적으로 조사 결과를 인정받고, 그에 따른 대응책에 대한 세계 각국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다.

국가안보와 관련된 중대 사건이 발생했을 때 선진국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살펴보면 지금 우리가 할 일이 분명해진다. 미국은 2001년 9·11테러사건이 터지자 여야 각각 5명으로 초당적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 20개월간 내외국인 1200명을 조사하고 정부 문서 250만 건을 검토했다. 위원회는 “테러는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도 미국의 제도적 결함 때문에 발생했다”면서 “미국의 안보체제 전반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처음부터 이슬람 테러단체인 알 카에다의 소행임이 분명했는데도 치밀하고도 끈질긴 조사를 통해 사전에 테러를 막지 못한 내부의 문제까지 밝혀낸 것이다.

정부는 천안함 사건으로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달 31일 무디스 등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에 ‘이번 사건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남북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한반도에서는 안보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리스크 관리 부담이 생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조치가 얼마나 효과를 거두겠는가. 국가적 위기가 닥치더라도 우리가 얼마든지 대처할 능력을 갖추었다는 신뢰를 국제사회에 심어주는 게 리스크 관리나 국가신인도 측면에서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사건 초기에 군은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고, 대응 태세와 보고 및 확인 시스템에도 허점을 드러냈다. 책임감을 가져야 할 정치권은 정략 차원의 가설과 추론을 마구 쏟아냈다. 일부 야당 인사는 생존 장병들이 침몰 당시의 상황을 국민에게 전하기 위해 아픈 몸으로 나와 기자회견을 했는데도 이들의 고통을 어루만져 주기는커녕 “어딘가 짜 맞춘 것 같다”고 폄훼했다. 이런 식으로는 국제사회에 믿음을 주기는커녕 내부의 단합도 이룰 수 없다.

세계는 지금 국가적 위기상황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는 사건을 한국이 어떻게 처리해 나가는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든 군이든 정치권이든 우리의 총체적인 위기 대응능력이 국제사회의 시험대에 올라섰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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