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安保에 관해 국회와 정치권이 냉철해야 할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6일 03시 00분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어제 천안함 침몰사건과 관련해 “국회진상조사단을 구성하는 데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국회가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건의 조사에 나서는 것은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당연한 책무에 속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국회의 조사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천안함의 침몰 원인은 어차피 선체를 인양해 108명의 민관 베테랑들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이 조사를 해봐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한미 간 군수뇌부 협조회의를 개최해 미국의 해상무기·해양사고 전문가팀을 파견받기로 했으니 원인 규명에 도움이 될 것이다.

국회의 진상조사 활동이 당리당략에 의해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공세로 흘러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거나 오히려 진실규명에 방해가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국회의 조사 과정에서 군사기밀이 무시로 노출되는 것도 국가안보의 위해 요소이다. 국방부가 천안함의 백령도 접근 기동 이유와 관련해 ‘(대청해전 이후) 북한의 새로운 공격 형태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임을 밝히고, 북한 잠수함기지 감시 현황, 우리 초계함의 76mm 주포의 사거리와 포각(砲角)까지 밝힌 데에는 정치권의 압박이 작용했다. 몰아치기식 정치공세로 군의 작전수행과 직결되는 안보 관련 기밀사항까지 적에게 노출하는 것은 국익을 해친다.

민주당이 북한의 관련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신중하지 못하다. 지금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를 할 때이다. 사건 원인과 지휘책임이 명확히 가려지지 않았는데도 덮어놓고 국방부 장관과 해군참모총장의 인책사퇴부터 요구하는 공세도 적절하지 않다. 미국에서는 9·11테러 때 뉴욕 세계무역센터가 납치된 비행기의 자살 폭격으로 주저앉고, 국방부 청사가 공격당해 3000명이 사망했지만 정부와 군 고위직이 사퇴한 사례는 없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진상보고를 위해 참석한 상하 양원 합동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로 정부에 힘을 보태줬다. 국민도 성조기를 집이나 자동차에 내걸고 애국심을 과시했다.

여야 정당 간에 사건을 보는 관점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국가 안위가 걸린 안보문제에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1%의 오차도 허용돼선 안 되는 게 안보문제다. 군 당국이 만에 하나 책임 추궁을 회피하기 위해 안보상 허점을 은폐하지 않았는지, 국가적 위기대응 시스템에 문제는 없는지 차분히 따지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성숙한 국회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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