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교조發자치교육의 실상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6일 03시 00분


부산 광주 경기 전남 전북 제주 등 6개 지방교육청이 학생들의 평가를 기피하고 수월성(秀越性) 교육을 포기하는 단체협약을 교원단체들과 맺은 것으로 노동부 조사 결과 드러났다. ‘학교 평가를 최소화한다’는 내용은 6개 교육청 공통의 단협이다. 광주 전남 제주교육청은 일반계 고교에서 특별반을 운영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을 두었다. 부산 전남 전북 제주 교육청은 연구시범학교 지정을 위한 응모 때 교원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

학교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학부모와 학생은 열심히 가르치는 학교를 판단할 정보를 얻을 수 없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사들의 동의가 없을 경우 특별반 운영이나 연구시범학교 응모도 할 수 없으니 교장은 무엇을 위해 존재한단 말인가. 교육청이 단협 체결을 통해 학교 평가와 연구를 기피하는 전교조에 협조한 꼴이다. 분석대상인 453개 단협조항 가운데 152개(33.5%)가 위법·부당 노동행위이거나 교섭 사항이 아니었다니 법규는 장식품이나 마찬가지다.

대부분 전교조가 득세하던 지난 정부 때 체결된 조항들이다. 16개 시도교육청 중 서울 등 10곳은 단협 해지를 통보했지만 6개 교육청 단협은 아직도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전교조가 내세우는 ‘교육 자율화’의 장막 속에서 교육 현장이 전교조 교육관의 포로가 돼가고 있다는 우려를 자아낸다.

전교조는 단협을 통해 교육정책을 좌지우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6·2 지방선거에서 전교조 성향 교육감을 당선시켜 교육청을 장악할 태세다. 전교조 성향의 후보들은 4월 7일까지 후보단일화를 끝내고 일사불란하게 선거전에 나설 움직임이다.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의 비리도 전교조 세력에 호재가 될 것 같다. 더욱이 보수진영의 후보들은 지역마다 난립해 서로 표만 깎아먹을 공산이 크다.

전교조 지원을 업은 교육감이 탄생할 경우 전교조 교육관은 단협 차원을 넘어 교육정책으로 뿌리내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전교조 성향의 교육감이 있는 경기도교육청을 보면 알 수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전국 단위 모의고사 실시 횟수를 줄이겠다고 선언했다가 학부모들이 들고 일어서자 취소했다.

전교조와 위법 단협을 맺는 교육청으로는 공교육을 살릴 수 없고 사교육을 잡기도 어렵다. 정부가 교사답지 않은 교사, 학교답지 않은 학교, 감독관청답지 않은 교육청들을 방기(放棄)한 채 ‘사교육 잡기’만 강조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학부모들도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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