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법원의 사법제도 개선안 미흡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6일 03시 00분


대법원의 사법정책자문위원회(위원장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마련한 사법제도 개선안은 전반적으로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대법원 안(案)의 주요 골자는 전국 5개 고등법원에 상고(上告) 남발을 막기 위한 심사부 설치, 법관 연임(재임명) 심사 강화, 1심 및 2심을 포함한 모든 판결문 공개, 법관윤리장전 제정, 전자소송제도 도입 등이다. 그러나 지난주 대법원이 공개적으로 반발한 한나라당 안은 물론이고 대한변호사협회 안과도 거리가 멀어 국회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고 억제 방안으로 제시된 고법 상고심사부 신설은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24명으로 증원하는 한나라당 안이나 50명으로 늘리는 변협 안과는 궤를 달리한다. 변협은 “상고심사부 설치는 3심 재판을 받을 헌법상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사실상의 개악(改惡)”이라고 평가했다. 변협이 어제 역대 회장 10여 명과 가진 간담회에서도 상고심사부 설치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다.

상고심사부 방안은 1980년대 한때 시행하다 없앤 상고허가제의 변형이다. 당시 대법원이 했던 상고 이유 심사를 고법 상고심사부에 맡기고 일부 변호사와 법학교수를 참여시킨다는 것이 과거와 다르다. 대법원 문턱에서 상고 허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발상은 기본적으로 같다. 1, 2심을 충분한 경력을 갖춘 법관으로 충원해 당사자가 승복할 수 있는 판결을 하는 것이야말로 상고를 줄일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이다.

한나라당과 변협은 법관인사위원회에 외부인사를 참여시켜 대법원장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인사권을 견제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대법원은 사법부 독립 침해라는 이유로 반대한다. 그 대신 사법부 자체적으로 연임시키지 않는 부적격 사유를 엄격히 규정해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의견을 냈다. 1990년 이후 재임명 탈락자는 3명에 불과하다. 판결문 전면 공개 방안은 ‘사생활 침해 우려’를 이유로 반대했으나 변협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검사 변호사 법학 교수 경력자를 법관으로 임명하는 경력 법관제도, 그리고 전관예우에 대해서는 어제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판검사 출신의 전관예우를 막기 위해 최종 근무지에서의 변호사 개업을 일정 기간 제한하는 방안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직업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며 반대한다. 법치를 바로 세우고 국민에게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사법부를 개혁하자면 국회가 널리 의견을 들어 근본적이고 과감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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