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재명]철마다 ‘철새 논란’… 철없는 한국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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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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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만 되면 창당 러시
‘철새’ 재당선율 36% 불과

선거 때면 등장하는 ‘창당 러시’와 ‘철새 행각’이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어김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정책이나 비전 없이 당선만 되면 상관없다는 정치권의 상술(商術)이 빚어낸 한국 정치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1월 2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며 ‘국민참여당’이 창당된 것을 시작으로 심대평 의원의 ‘국민중심연합’과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의 ‘평화민주당’이 각각 창당을 앞두고 있다. 국민중심연합은 충청권을, 평화민주당은 호남권을 각각 기반으로 해서 지방선거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당은 모두 18개로, 창당준비에 들어간 정당까지 합하면 26개에 달한다.

선거를 겨냥한 창당 붐은 정치권에서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다. 2008년 총선에선 한나라당 공천에 탈락한 인사들이 ‘친박연대’를 만들었다. 친박연대는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미래희망연대’로 옷을 갈아입었다. 2006년 지방선거에 앞서서는 국민중심당이, 2004년 총선을 앞두고는 열린우리당이 각각 창당됐다.

이처럼 선거철만 되면 신당 바람이 부는 것은 기존 정당의 공천 갈등을 역이용해 ‘이삭줍기(공천 탈락자 모으기)’에 나서려는 속셈이 반영된 결과다. 또 급조된 신당들은 이후 기존 정당과의 인수합병(M&A)을 통해 정치적 지분을 챙기기도 한다. 야권에선 출범한 지 석 달도 안 된 국참당이 지방선거에서 야권 단일화 협상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정강과 정책을 내걸고 유권자의 심판을 받겠다는 정당 정치의 대원칙은 찾아보기 힘들다.

창당 러시는 ‘철새 논란’과 동전의 앞뒷면이다. 한나라당은 15일 노무현 정부 시절 열린우리당 인사들을 ‘전문가 영입’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며 이들을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략 공천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성희롱 전력이 있는 무소속의 우근민 제주지사를 복당시켰다가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여야 지도부의 ‘묻지 마 영입’은 당의 정체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현실 정치에서도 마이너스가 되기 쉽다.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한정택 전임연구원이 2006년 지방선거의 재당선율을 분석한 결과 당적을 바꾼 기초단체장 후보 57명 중 21명(36.8%)만이 재당선됐다. 반면 당적을 유지한 재출마자의 당선율은 101명 중 91명이 당선돼 90.1%에 달했다.

14∼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연이어 총선에 출마한 현직 의원 904명 중 당적을 바꿔 출마한 191명의 재당선율은 39.8%(76명)였다. 당적을 변경하지 않고 출마한 의원(713명)의 재당선율(66.2%)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잦은 당적 변경 논란에 휩싸인 당사자들의 성적표가 좋지 않음이 입증된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정당은 한나라당으로 12년 3개월이 됐다. 반면 미국의 집권당인 민주당은 182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두 나라의 정치수준 차이가 집권당의 역사 만큼이라면 지나친 표현일까. 요란한 선거 구호보다 소박한 원칙이 아쉽다.

이재명 정치부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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