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 頂上이 전작권 전환 재검토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3일 03시 00분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 수석연구원은 최근 언론 기고문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한미 양국이 각각 별도의 지휘체계를 갖게 되는 것으로 지휘부 분할 개념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미 해병참모대의 브루스 벡톨 교수는 “한국군이 북한의 위협을 억지 격퇴하자면 미군의 능력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면서 한국군이 북한의 비대칭전력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을 때까지 전작권 전환을 연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록 개인적인 견해라고 하지만 미국 내에서 전작권 전환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은 의미 있는 움직임이다.

3년 전 한미 양국 간의 전작권 전환 합의 이후 한국 내에서 전환 연기나 재고를 요구하는 의견이 숱하게 쏟아졌지만 미국에서는 아직까지 아무런 반향이 없다. 미국 정부의 공식 방침은 2012년 4월 17일까지 전환을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때와 인수위 시절 전작권 전환 재검토 필요성을 거론했지만 정부 차원의 구체적 움직임은 없었다. 전작권 전환 시기가 25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아무런 변화가 없으니 답답한 마음이다.

전작권 전환의 핵심은 한미연합사령부의 해체이고, 이는 곧 한반도 유사시 그동안의 ‘한미 공동방위’에서 ‘한국 주도, 미국 지원’의 형태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지휘부의 분할은 물론이고 작전 수행도 이원화한다. 지휘부가 분리된 상태에서의 연합작전은 매우 위태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전사(戰史)의 교훈이다. 미국이 공동방위 책임에서 벗어난 상태에서 유사시 자동 개입할지도 의문이다.

북의 가장 큰 위협은 핵과 생화학,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같은 대량살상무기(WMD)이다. 특히 북이 핵을 보유하고 있는 한 우리의 어떤 재래식 전력도 무기력하다. 유사시 북의 WMD에 대응하려면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북한 정권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더욱 노골적으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높여가고 있다. 실제 전작권 전환이 이뤄진다면 한반도에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를 일이다. 노무현 정부가 허망한 자주론에 집착해 전작권 전환을 밀어붙인 것은 섣부른 행동이었다.

한미 양국 정상(頂上)이 나서 해결하는 도리밖에 없다. 전작권 전환 연기는 한반도 안보, 나아가 동아시아 평화와 직결된 사안으로 미국의 국익에도 부합한다. 이 대통령은 미국의 세계 평화 유지 노력에 힘을 보태면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인식 전환을 끌어낼 수 있도록 적극 설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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