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권]파업 택한 금호타이어, 쌍용차 전철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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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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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제2의 쌍용자동차’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절차가 진행 중임에도 10일 노조원들이 72.3%라는 높은 찬성률로 파업을 결의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안팎에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금호타이어 노조가 현재 선택할 수 있는 일은 채권단이 요구하는 구조조정에 동의하거나 벼랑 끝 파업을 하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외부세력 개입에 의한 77일간의 공장점거 불법파업으로 사회적 불안과 불편을 초래했다’ ‘파업을 하고도 일자리를 지키지 못했다’는 노조위원장의 고백을 듣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이 시점에서 노사 양측은 물론 광주 시민들이 바로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세계시장을 내다볼 필요도 없이 금호타이어가 그동안 경쟁하고 때로는 경계해 온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는 ‘현장 교과서’나 마찬가지다.

3개 타이어 제조회사의 국내 시장점유율(2009년 타이어공업협회 출하량 기준)은 한국타이어 47%, 금호타이어 32%, 넥센타이어 21% 순이다. 2008년 금호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30%대 후반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호의 경영난 이후 떨어진 점유율을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가 나눠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부동의 국내 시장 1위인 한국타이어는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도 지난해 국내외에서 4조8099억 원의 매출을 올려 세계시장 7위를 지켰다. 500%나 늘어난 영업이익(5493억 원)은 사상 최고 실적이다. 넥센타이어도 성장세가 눈부시다. 2008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사상 최대 매출 실적(9622억 원)으로 올해 ‘1조 원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영업이익 또한 갑절 이상(1622억 원) 늘었다. 넥센타이어는 지난해 1조 원을 들여 경남 창녕공장 신축에 나섰다. 덕분에 이 지역에는 2000명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게 됐다.

안타깝게도 ‘호남 대표기업’이라는 금호타이어는 매출액이 2008년 2조3986억 원에서 지난해 1조9428억 원으로 20% 가까이 줄었다. 영업이익도 급감해 ‘1993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경쟁 회사에 비해 경영상태가 떨어지는데도 금호타이어는 평균임금이 가장 높고, 매출액 가운데 인건비 비중도 가장 높다.

금호타이어 노사 모두 “정말 ‘쌍용차 사태’ 같은 파국은 피하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회사를 본보기로 삼을지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광주에서

김권 사회부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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