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글로벌 기업이 떠나는 일본, 우리는 안심할 수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2일 03시 00분


글로벌 기업들이 일본을 떠나고 있다. 1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의 타이어 제조업체 미쉐린은 7월 군마 현 오타 시의 오타 공장을 폐쇄하고 인도 남부에 1조 원을 투자해 공장을 건설한다. 현대자동차 일본법인인 현대모터저팬은 지난해 일본 내 승용차 신차 판매를 중단하고 대신 중국 베이징에 세 번째 공장을 짓는다. 현대차가 해외에서 실패한 거의 유일한 시장이 일본이다. 일본의 생산 공장과 판매점이 신흥공업국으로 이전하는 사례가 늘어 작년 일본에 대한 직접투자는 2008년의 44%에 그쳤다.

성장이 기대되는 유망 업종에서도 탈(脫)일본 현상이 나타난다. 캐나다의 연료전지업체 밸러드파워시스템스나 일본 케이블TV에 투자했던 미국 미디어업체 리버티글로벌도 일본에서 철수했다. 자본시장에서의 철수도 잇따라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외국기업은 1991년엔 최고 127개사였지만 현재는 15개사에 불과하다.

글로벌 기업들은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나라에서 미련 없이 떠난다. 미국 경영컨설팅업체 AT커니가 1000개 글로벌 기업의 경영자를 대상으로 투자매력도를 조사한 결과 일본은 2007년 15위였으나 올해는 25위권에 들지 못했다. 일본의 매력도 하락은 주로 내수시장 침체에 기인한다. 저출산 고령화와 디플레이션으로 성장의 기대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 인도는 매력도가 높아져 글로벌 자금을 끌어간다. 일본이 세계 자본의 흐름과 동떨어져 외국인 투자의 ‘갈라파고스 섬’으로 추락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국도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한국의 투자매력도는 2003년 18위를 시작으로 2007년 24위까지 연속해서 하락하더니 올해는 그 아래로 더 떨어졌다. 일본보다 빠르게, 세계 최고의 속도로 저출산 고령화로 가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서 가장 빠르게 회복했다고 하지만 주로 수출에 힘입은 것이어서 대외변수에 취약하다. 서비스산업의 내수시장은 정부 규제와 자격사제도 등 이중삼중의 진입 장벽 탓에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생산성과 고용능력에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이다.

글로벌 기업, 외국인투자는 기업 환경에 민감하다. 우리 정부가 수년째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겠다고 외쳐댔지만 글로벌 기업의 기준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경직된 노동시장, 투자를 방해하는 철옹성 규제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일본의 지금 처지가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의 모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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