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선우]‘도요타 반면교사’ LG전자의 발빠른 리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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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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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대전에서 7세 어린이가 드럼세탁기 안에 들어가 놀다가 질식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튿날 오전 11시경 관련 기사가 인터넷에 떴다.

LG전자의 소비자불만관리팀은 초조해졌다. 드럼세탁기라면 LG전자 제품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얼마 후 LG전자는 문제의 제품이 자사의 구형 드럼세탁기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곧바로 위기대응팀을 가동했다. 금요일이던 이날 오후 비상연락망을 돌렸고 창원 공장의 실무자 10여 명과 서울 본사의 제조물책임(PL), 소비자 서비스, 홍보 관련 인원 10여 명이 화상회의를 시작했다.

“제품의 결함 때문이 아니다” “자발적 리콜을 해야 한다” “우리 잘못은 아니지만 사회적 책임은 있다”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팀장급들이 참여한 회의는 주말 내내 이어졌다. 결국 세탁조 안에서도 문을 열 수 있도록 잠금장치를 무상으로 교체하는 자발적 리콜 서비스를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22일 위기대응팀의 의견을 보고받은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이렇게 조치하면 이런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확신할 수는 없다”는 대답에 남 부회장은 다시 검토하라는 지시를 했다.

2008년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LG전자는 당시 세탁기가 안 돌아갈 때는 문이 잠기지 않게 하는 안전 캡을 나눠주고 신문 광고를 통해 캠페인도 했지만 사고가 다시 일어난 것이다. 좀 더 확실한 해결책이 필요했다.

위기대응팀은 유럽의 사례를 찾아봤다. 드럼세탁기가 국내보다 훨씬 일찍 보급된 유럽에서는 이 같은 사고가 거의 없었다. 왜 그럴까. 이유를 파고든 결과 어린이들에게 안전교육을 철저하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LG전자는 드럼세탁기와 관련된 어린이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직접 방문해서 설명회를 열고 광고에도 안전한 사용법을 안내하는 문구와 그림을 넣겠다는 계획을 23일 발표했다. 이와 함께 인터넷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활용한 홍보도 벌일 예정이다.

아울러 2008년 11월 이전에 생산된 10kg, 12kg급 구형 드럼세탁기의 잠금장치를 새것으로 무상 교체해 주는 자발적 리콜을 다음 달 2일부터 벌인다. 이에 해당하는 드럼세탁기는 약 105만 대로 100억 원가량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자발적 리콜 대상인지는 LG전자 서비스센터(1544-7777, 1588-7777)와 인터넷 홈페이지(www.lgservice.c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건이 벌어진 지 불과 5일 만에 이런 조치를 취한 LG전자를 보고 도요타자동차는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김선우 산업부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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