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도경]입학사정관제 성공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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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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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받을 인재를 어떻게 알아보고 선발할 수 있을까? 최근 몇 년간 한국 교육계에 던져진 화두이다. KAIST는 미래에 한국을 리드해 나갈 인재를 발굴하고 교육하는 것을 목표로 입학전형을 선진화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모색했다. 심층면접 전형과 학교장 추천제가 대표적으로 현재 국내 입학사정관제의 모델이 됐다.

잠재-창조성 좇은 KAIST 10여년


한국의 대표적인 과학영재 교육기관인 KAIST의 설립을 계획한 사람은 스탠퍼드대의 프레드릭 터먼 교수였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가 영재 연구의 선구자인 루이스 터먼 교수의 아들이라는 점이다. 루이스 터먼 교수는 1921년부터 35년 동안 지능지수와 성공의 상관관계를 종단연구하는 세계 최대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는 철저한 지능검사를 통해 25만 명의 미국 초중학생 중 지능지수가 140이 넘는 영재 1500여 명을 엄선하여 교육성과 결혼 직업변화 승진 업적을 분석했다.

연구결과 그들의 성공 정도는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이 그룹 중에 노벨상을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반면에 터먼의 지능 검사에서 점수가 낮아 이들 그룹에 속하지 못했던 학생 중에서 두 명은 후에 노벨상을 받았다. 어느 능력 이상의 수학능력을 가진 학생의 경우 성취도가 지능이나 성적에 비례하지 않고 성격 인격 창의력 등의 잠재적인 요소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함을 보여준다.

한국 대학이 도입한 입학사정관제에 대해 사회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평가의 공정성 문제, 추진 속도의 문제, 그리고 대학과 고교 간의 협력 문제이다.

공정성 문제를 먼저 보자. 심층면접에 실제 참여했던 입학사정관 교수의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만족도는 상당히 높았으며 전형에 참가한 수험생의 만족도는 더 높았다. 제한된 수의 학생을 선발해야 하는 대학에서는 전형 목적에 맞는 학생선발 도구를 개발하여 사용한다. 현 시점에서 가장 적절한 도구는 잠재력과 창조력에 초점을 둔 입학사정관제이다.

입학사정관제의 추진 속도와 관련해서는 대학의 입학사정관 전문성 확보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 또 수험생의 입시준비 및 교사의 진학지도 어려움을 우려하기도 한다. KAIST는 10여 년 전부터 입학사정관제형 입시를 실시했다. 성적뿐만 아니라 학생의 전반적인 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종합평가제다. 이것을 발전시켜 2007년에는 심층면접을 도입했다. 지난해에 처음 실시한 학교장 추천전형은 한국사회의 여러 곳으로부터 호응을 받아 이제는 입학사정관제의 전형적인 모델이 됐다.

입시준비 및 진학지도의 어려움을 들어 일부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지원자와 학부모가 환영한다. 과학고 교사들도 학생이 스펙을 쌓기 위해서 들이는 시간 대신 실험 실습 등 학생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며 반긴다. 여러 대학도 초기의 경험부족으로 인해 제기된 문제를 파악하고 입학사정관 교육에 많은 노력을 들여 대학의 특성에 맞는 입학사정관제를 정착시킬 수 있다.

대학-고교 협력 통해 뿌리 내려야

대학과 고교 간의 협력체제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은 매우 중요하다. 대학은 충분히 훈련된 입학사정관의 활동을 통해 고교와의 협력 체제를 마련함으로써 교사의 진학지도와 학생의 진학준비에 도움을 줘야 한다.

대학의 노력과 사회 각계의 지원 속에 입학사정관제가 성공적으로 자리 매김을 하면 학생들이 입시지옥에서 벗어나 능력과 개성에 맞도록 성장하고 대학에 진학한 후에는 능력을 한껏 개발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결론적으로 입학사정관제는 우리가 키워야 할 새싹이다. 제도가 잘 크도록 사회가 영양분을 주고 키워서 머지않은 장래에 입학사정관제라는 나무를 통해 노벨상이라는 열매를 수확하기를 기대한다.

김도경 KAIST 입학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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