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성원]‘스마트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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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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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애플사의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될 때만 해도 인기를 끌지 장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1월 말 현재 아이폰은 30만 대가 팔려 나갔다. 아이폰 말고도 국내에는 다른 스마트폰들이 있었지만, 지난해 초 20만 명에 불과하던 스마트폰 사용자가 올해 안에 200만 명을 넘어서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데는 아이폰의 영향이 컸다. ‘움직이는 개인비서’ ‘손 안의 컴퓨터’로 불리는 똑똑한 기능들을 갖춘 스마트폰은 ‘모바일 비즈니스’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마트폰은 유선 중심의 인터넷에서 벗어나 어디서든 자유롭게 데이터 통신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스마트폰이 있으면 외부에 나가 있을 때 PC방을 찾지 않아도 e메일을 볼 수 있고 간단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위성지도를 보고 처음 가는 길을 찾아내고 게임을 즐길 수도 있으며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진 일을 ‘트위터’ 기능을 통해 받아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직원들에게 스마트폰을 일괄 지급하고 이를 아이디어 소통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대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한나라당 정병국 신임 사무총장이 어제 “한나라당을 스마트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화합(Symphony), 국민과의 소통(Messenger), 실천(Active), 변화(Renovate), 국민과 함께(Together)의 영문 첫 글자를 딴 ‘SMART 정당’을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모든 사무처 요원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나라당이 실제로 소통과 변화를 통해 ‘정치실종 시대’를 끝낼 수 있다면 국민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세종시 문제를 놓고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 계파 싸움으로 집권여당의 존재감마저 느껴지지 않는 현실에서 ‘스마트 정당’ 구호가 얼마나 한나라당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뉴미디어 활용의 강화, 모바일 홈페이지 구축·운영, 트위터를 비롯한 문자메시지(SMS) 사용 같은 업무시스템의 스마트화(化)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며 국민의 마음을 읽는 데 장애를 초래하고 있는 낡은 정치 행태와 의식의 쇄신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한나라당의 ‘스마트화’는 반쪽에 그칠 수 있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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