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박영균]노조 거품 빼면 일자리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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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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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단체협상을 앞두고 노조들이 예전에 볼 수 없던 새로운 요구조건을 내걸고 있다. 임금 인상 외에 사내 식당이나 자판기 운영권 같은 영리사업을 넘겨달라며 회사 측을 압박하는 곳이 많다.

예식장 식당 운영하는 營利노조

노조가 영리사업을 하려는 것은 노조 전임자들에게 회사가 임금을 주지 못하도록 하는 개정 노조법이 7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개정 노조법은 노조 일을 하는 전임자 임금을 조합원들이 부담하는 노조 재정에서 지급하라는 취지이다. 노조의 복지기능, 교육훈련, 산업안전에 관한 업무는 근로시간 면제제도(타임오프제)를 적용해 회사 일을 한 것으로 보고 그 부분만 회사가 임금을 지급하지만 그 외는 인정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노조는 전임자를 줄이거나 노조회비를 더 걷을 수밖에 없지만 그럴 생각은 않고 엉뚱하게도 영리사업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이다.

회사 측이 노조 전임자의 임금을 주면 불법이고 임금 대신에 영리사업권을 주는 것은 괜찮은 것일까. 이미 식당이나 자판기, 심지어 예식장 운영권까지 노조에 준 기업이 있는 만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회사가 많은 듯하다. 그러나 엄격히 따지고 보면 근로자의 권익 향상을 위해 사용자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고 자주성을 지켜야 할 노조로서는 그다지 떳떳한 일이 아니다. 넓게 보면 임금으로 받는 것이나 영리사업으로 보전하는 것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문제는 노동현장에서 전임자 무임금 제도가 정착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노조 측은 전임자를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는 반면 회사 측은 법대로 시행되지 않으면 하나마나라는 생각이다. 지난달 노동부가 입법 예고한 시행령 가운데 타임오프제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놓고 노사 간 격돌이 예상된다.

타임오프제 운영에 대한 정답은 없다. 나라마다 관행이 다르고 제도도 제각각이다. 우리나라처럼 기업별 노조인 일본은 타임오프제에 대한 규정이 없다. 사측이 허용하지 않으면 근로시간 중 노조활동이 불가능하다. 노조활동 기간에도 전임자 임금은 노조 재정에서 부담한다. 미국의 민간 부문은 노사협약에 따라 다르고, 공공 부문은 노사협상 시간만을 면제하도록 법으로 정했다. 프랑스 영국도 저마다 독특한 제도가 있다.

결국 우리의 노사문화에 맞는 제도와 관행을 찾는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으로 상세히 규정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근로시간 면제가 법으로 규정된 프랑스와 영국이 일본보다 노동쟁의가 훨씬 많다. 이는 법보다 노사문화와 관행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간이 걸릴 것이다.

2만 명 신규 일자리 노조에 달렸다

역시 정답은 노조 전임자 수를 줄이는 것이다. 하려고 하면 못할 것도 없다. 2008년 기준 우리나라 노조의 전임자 수는 약 1만 명 수준이고 이들의 임금총액은 4300억 원으로 추산된다. 노조당 전임자 수는 3.6명, 전임자 1인당 조합원 수는 149.2명이다. 우리나라 노조는 연간 약 6100억 원의 총수입을 올려 이 중 3500억 원을 사업비로 쓰고 나머지는 상급노조에 보내거나 적립한다.

회사에서 주던 전임자 임금을 모두 노조에서 부담한다고 치자. 전임자 수를 3.6명에서 2.6명으로 1명씩 줄이면 전임자 임금총액이 3000억 원으로 줄어든다. 일본 수준(조합원 570명당 전임자 1인)으로 전임자 수를 줄이면 전임자 임금총액이 1100억 원으로 줄어든다.

일본 만큼 전임자 수를 줄이면 노조는 예전처럼 사업비를 넉넉하게 쓸 수 있고 기업은 신규 일자리 2만 개를 만들어낼 수 있다. 노조들은 전임자라는 기득권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사회에 일자리를 돌려주는 ‘사회적 책임’을 조금 더 할 것인가. 이제 노동운동도 보다 사회친화적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겠는가.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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