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실업자 넘치는데 3D 일자리는 외국인 차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일 03시 00분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중국 국적의 조선족 동포를 비롯한 외국인들이 대부분이고 한국인 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10여 년 전부터 한국인 숙련 인력은 점차 은퇴하고 젊은이들은 건설 현장을 외면하면서 외국인이 더 많아졌다. 심지어 중국 동포가 없으면 아파트를 건설할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건설 현장이 외국인 차지가 된 것은 우리 노동력이 그런 일자리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공식통계에 잡히는 실업자 89만 명을 비롯해 취업준비생과 구직 단념자, 그리고 주당 18시간 미만 근로자를 포함한 사실상 실업자가 400만 명에 육박하는데도 건설 현장에서 일하려는 젊은이들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은 인력의 수요공급 체계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못 구해 ‘백수’로 지내는 것보다 산업 현장에서 기능을 익히고 실무 경력을 쌓는 편이 여러 모로 나을 것이다.

이른바 3D(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업종이라는 건설 현장은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일자리는 아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 ‘직업 전망이 없거나 고용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건설 현장을 기피한다고 응답한 젊은이가 많았다. 젊은이들이 건설 현장의 일을 찾을 수 있도록 직업 훈련을 체계화하고 건설 인력의 고용 안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 건설 현장이나 제조업체들도 외국인 인력에만 의존하지 말고 정부와 함께 국내 인력 양성에 나서야 한다. 건설 기능 인력 수요는 2012년 153만 명에 이르지만 공급은 최소한 15만 명 이상 부족할 것으로 추정된다. 가구 섬유 같은 제조업종에서도 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경기 북부지역의 가구제조업체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의존비율이 평균 80%를 넘는 실정이다. 외국인 인력을 고용하면 당장 인력난을 피할 수는 있겠지만 그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면 속수무책으로 산업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

고등학교 졸업자의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몇 년씩 놀며 지내는 젊은이가 많다. 건설 현장이나 제조업종을 기피하는 청년들을 탓할 수만은 없지만 한쪽에선 실업자가 넘쳐나고 다른 쪽에선 사람이 모자라는 기현상은 개인이나 국가에 엄청난 손실이다. 아까운 인적 자원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 개편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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