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재영]빚내 주식투자 5조… ‘시한 폭탄’ 돌리는 개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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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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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오를 일만 남았다기에 빚까지 얻어 무리하게 들어갔죠. 곧잘 오르더니 금세 폭락해 원금까지 고스란히 날려 버렸습니다.”

증권 포털사이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개인투자자들의 하소연이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폭락장세 때는 증권사 객장 분위기가 빚더미에 올라앉은 개미들의 한숨으로 짓눌리다시피 했다. 요즘 이러한 사태가 또다시 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27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6일 현재 개인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린 신용융자 잔액이 4조8594억 원으로 올 들어서만 4765억 원(10.9%) 늘었다. 여기에 미수거래와 대주(貸株)까지 더한 전체 외상거래는 5조1110억 원에 이르렀다. 외상거래가 5조 원을 넘기기는 지난해 9월 말 이후 4개월 만이다.

증시가 폭락하면 투자자는 예외 없이 손해를 본다. 하지만 외상으로 거래한 투자자는 손해 규모가 더 크다. 증권사는 신용융자로 보통 90일 동안 돈을 빌려준다. 담보금을 내야 하고 돈 빌려서 산 주식가치가 최소담보유지비율(대출금의 140%)을 넘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만약 주가가 급락해 주식가치가 떨어지면 증권사는 담보부족분만큼 강제로 반대매매에 나선다. 이것으로도 부족하면 담보금까지 회수해 해당 투자자의 신용거래계좌는 텅 비게 된다. 흔히 말하는 ‘깡통계좌’가 되는 것이다. 빚을 지지 않았다면 ‘언젠간 오르겠지’ 하고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다. 하지만 만기가 있는 신용융자로 투자하면 마음은 다급하지만 대응할 수단은 없어 손실 폭이 커진다.

외상거래는 코스닥시장이 더 심각하다. 코스닥시장의 신용융자는 올 들어 1조4541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3.6% 늘었다. 2007년 8월 이후 최대 규모다. 특히 바이오 발광다이오드(LED) 3차원영상 터치스크린 등 각종 ‘테마주’의 신용융자 잔액이 급증했다. 반짝 떴다 사라질 수 있는 테마주는 변동성이 커 주가가 폭락할 위험이 적지 않다. 그런데도 외상거래가 늘어나니 ‘잠재적 폭탄’으로까지 지목된다. 곽해선 경제교육연구소장은 “테마에 솔깃해 지나치게 신용거래를 늘리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손실이 나더라도 만회할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신용거래를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당장 돈이 없어도 시장의 흐름을 잘 읽으면 밑천 없이 큰돈을 벌 수 있는 곳이 증시다. 하지만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서는 것은 자해행위나 다름없다. 본인의 과욕은 돌아보지 않고 나중에 증시만 탓한다면 누구한테 동정을 받을 수 있을까.

김재영 경제부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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