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무원 현장 부패, 불치병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6일 03시 00분


이달 22일 인천공항경찰대 김모 경사는 1kg짜리 금괴 30개가 든 복대를 차고 공항상주기관 직원 전용 검색대를 통과했다. ‘삐’ 하는 경고음이 울렸지만 김 경사와 안면이 있던 검색 직원들은 모른 척했다. 김 경사는 인천공항 내 일본행 비행기 탑승구 앞에서 기다리던 서모 씨에게 금괴를 넘겨줬다. 서 씨는 인천공항경찰대 유모 경위와 공모해 돈을 미끼로 김 경사를 범행에 끌어들인 뒤 금괴 밀반출을 꾀한 것이다. 서 씨는 미리 첩보를 입수한 공항세관에 출국 직전 붙잡혔다.

돈에 눈먼 ‘투 캅스’는 범죄자로 전락하고 경찰 조직에 먹칠을 했다. 김 경사가 금괴를 복대에 숨겨 검색대를 통과할 생각을 한 것은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공항 검색 요원들이 이들의 범행을 도와줬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해야 한다. 이렇게 검색에 구멍이 나 있다면 국내 공항이 테러범들에게 뚫리지 말라는 법도 없다.

경찰관은 직무 특성상 범죄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2004년과 2008년에도 금괴 밀수와 밀반출에 가담한 경찰관들이 적발돼 대규모 인사 조치가 이뤄지고 재발방지 대책이 발표됐지만 소용이 없었다. 경찰은 이번에 3년 이상 공항에서 근무한 경찰관들을 교체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효과는 두고 볼 일이다.

경찰 부패는 지난해에도 끊이지 않았다. 유흥업소로부터 금품 수수, 안마시술소와의 유착 등 현장 비리가 적발됐다. 경찰관이 성인오락실에서 강도를 하고 음주운전을 하는 등 각종 비리와 기강해이 사건이 빈발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지난해 국가기관 청렴도 조사에서 경찰은 맨 꼴찌를 기록했을 정도다.

경찰뿐만이 아니다. 서울시교육청의 장학사 임용을 둘러싼 뇌물 비리 수사에서 장학관급 교장과 교사들이 연루된 의혹이 있어 검찰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감사원 감사에서는 국가유공자와 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전·현직 공무원 80명이 자격 미달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무면허 상태에서 오토바이를 몰다가 운전 부주의로 다친 공무원이 국가유공자에 등록되기도 했다. 이 역시 공무원 사회에 자리 잡은 부패의식의 일면을 보여준다. 지방자치단체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부정부패 및 비리도 심각한 수준이다. 감사 및 감찰 시스템 강화 등 특단의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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