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유덕영]‘터키 원전 수주’ 한전이 뜸들이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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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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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터키의 원자력발전소 2기를 수주할 가능성이 크다는 외신 보도가 15일 전해졌다. 터키 유력 일간지 휴리옛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시놉(sinop) 원전을 한국 업체에 맡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터키의 에너지부 공무원들이 원전 건설을 한국전력공사(한전)와 미국의 GE 웨스팅하우스 파트너십에 맡기기를 바라고 있으며 논의를 위해 한국 관계자들이 조만간 터키 앙카라를 방문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계약의 당사자인 한전과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터키 원전에 한전 컨소시엄이 원전 건설 방안을 제안해 놓았지만 터키 정부의 입장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 못하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또 조만간 한국 관계자들이 앙카라를 방문할 것이라는 내용에 대해서도 “방문 계획이 잡힌 게 없다. 지난해 설명회를 한 이후로 그쪽에서 아무 연락이 없다”고 했다.

지경부는 13일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을 계기로 2030년까지 80기의 원전을 수출해 세계 3대 원전 수출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내용의 ‘원자력발전 수출 산업화 전략’을 발표했다. 발표에는 청사진은 많았지만 현재 진행되는 사안에 대한 내용이 부족했다.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김영학 지경부 2차관은 “여러 국가에 수출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데, 특정 국가에 대해서는 지금 상황에서 말씀드리기 참 어렵다”며 “국가별로 맞춤형 수출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정도로 뭉뚱그려서 말씀드릴 수밖에 없는 점 이해해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당초 한국형 원전의 터키 수출 전망은 상당히 밝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고, 현지 언론도 이를 뒷받침했다. 여러 나라에서 한국형 원전의 수출이 상당히 진척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도 섣불리 자랑하지 않고 노코멘트로 일관하는 것은 ‘행여 일을 그르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속깊음으로 평가된다.

한국 경제가 원전 수출에 거는 기대는 크다. 세계적으로 2030년까지 430여 기의 대형 원전이, 2050년까지는 500∼1000기의 중소형 원전이 건설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전의 50% 이상이 건설된 지 20년 이상 지나 원전 정비 및 운영 시장 규모가 약 88조 원 규모로 추산될 만큼 엄청난 시장이기 때문이다.

기대가 클수록 신중함은 더욱 필요하다. 뛰어난 설비 및 시공 능력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고, 한국 정부의 외교적 지원도 중요하다. 여기에 초심을 잃지 않는 신중함까지 보태진다면 ‘세계 3대 원전 수출 국가’가 되겠다는 목표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것이다.

유덕영 산업부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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