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육정수]팔로워십 길러야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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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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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으며 서울 세종로 교보문고에 들렀다. 리더십(leadership)에 관한 책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고 싶었다. 예상대로 제목에 ‘리더십’이 들어간 책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독립된 ‘리더십’ 코너가 마련돼 있을 정도다. 경제·경영학 종교 심리학 사회학 같은 큰 범주의 코너들 이웃에 자리 잡은 리더십 서가엔 대충 1000권 정도가 꽂혀 있었다.

‘장군들의 리더십’ ‘점장 리더십’ ‘조용한 리더’ ‘전략적 리더십’ ‘파워 리더십’ ‘충무공 이순신 리더십’ ‘칭기스칸의 리더십 혁명’ ‘제갈량 리더십’ ‘힐러리의 수퍼 리더십’ ‘신사임당의 어머니 리더십’ ‘하버드 리더십 노트’ ‘부부 리더십’ ‘춘추전국의 리더십’ ‘컬러 리더십’ ‘서번트 리더십’ ‘공감 리더십’….

리더십 역할에만 폭발적 관심

다양한 각도에서 다룬 리더십 제목들이 흥미로웠다. 옆자리의 ‘경영사례’ ‘경영혁신’ 코너에 꽂힌 정주영 이병철 이건희 김우중, 잭 웰치, 도요타 이치로 같은 인물 중심의 리더십 서적을 합치면 총 1500권은 넘어 보였다.

다음엔 팔로워십(followership)에 관한 책을 찾아보았다. 여기저기 살폈지만 한 권도 눈에 띄지 않았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컴퓨터로 검색해 봐도 마찬가지였다. 리더십과 팔로워십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도가 아주 대조적임을 느낄 수 있었다. 리더가 되고 싶은 꿈과 욕망은 넘쳐나는 반면 리더를 도와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팔로워십에는 무관심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다.

너도나도 ‘머리’가 되려는 데만 집착하는 풍토가 각 분야의 충돌과 불협화음을 부르는 게 아닌가 싶다. 우리 사회의 극심한 갈등과 반목, 혼란의 뿌리라는 생각이 든다. 리더십과 팔로워십은 각자의 임무에 따른 상대적 개념인데 반대 또는 적대적 개념으로 보는 경향마저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법이다. 하나뿐인 키를 서로 잡으려고 아우성치는 듯한 우리 주변의 모습이 너무 많다.

대표적인 곳이 국회의사당이다. 의장석과 상임위원장석 점령을 둘러싼 몸싸움과 의사봉 쟁탈전은 정권이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흉물이다. 사사건건 발목잡기에만 능한 야당은 국가 주요 정책을 추진하는 집권세력의 정치적 리더십 기능을 인정하지 않는다. 집권세력의 비정(秕政)과 독선을 감시, 견제하는 일에 야당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올바른 정책에는 적극 협력하고 경쟁력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팔로워십도 야당의 중요한 책무다. 곧 발표될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은 야당의 자세를 볼 수 있는 올해 첫 시금석이 될 것이다.

부모들도 자식을 리더로 키우기 위해 다걸기(올인)하는 세태다.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남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우리 사회 난치병 중의 하나로 꼽히는 사교육 열풍만 하더라도 그런 열정이 없었다면 오늘날 세계 10위권의 한국 경제는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좋은 팔로워가 좋은 리더 된다

하지만 자식을 ‘글로벌 리더’로 키우겠다는 부모들의 집념에는 생각해볼 점이 있다. 막상 글로벌 리더가 어떤 리더인지에 대해선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해외 유학과 외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일찍 출세하고 억대 연봉을 받으면 글로벌 리더일까. 리더는 그런 게 아니다. 구성원들에게 분명한 비전을 제시해 자발적 협력을 이끌어내고 좋은 성과를 거두는 사람이 진정한 리더라고 할 수 있다. 리더의 성패는 팔로워의 협력 여부에 달려 있다. 좋은 팔로워가 좋은 리더가 된다.

노사 분야는 지난해 쌍용자동차 파업사태 이후 많은 기업에서 질적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회사 발전과 근로조건 개선은 상생(相生)을 위한 공동목표라는 자각이 싹트고 있는 것이다. 팔로워십을 중시하는 인식이다. 법질서 확립을 위해서도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존중하고 법을 지키면서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팔로워십이 절실히 요구된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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