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금 와서 무슨 ‘4대강 국민위원회’란 말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30일 03시 00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어제 4대강 사업과 예산 점검을 위해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4대강 국민위원회’를 설치할 필요성에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두 당이 4대강 예산과 일반 예산을 분리해 협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이 먼저 제안했고, 한나라당도 공감을 표시했다는 것이다. 다만 두 당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민주당은 당장 내년도 4대강 예산안부터 국민위원회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고, 한나라당은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한 뒤 국민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민주당은 그동안 4대강 예산에 반대하면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을 점거한 채 내년 예산안 전체에 대한 심의를 거부해왔다. 4대강 사업이 왜 필요한지, 예산안은 적절하게 짜였는지, 대운하 사업과의 관련성은 어떤지 등을 따지려면 민주당이 무턱대고 심의를 거부할 게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심의에 참여했어야 했다. 국민위원회 같은 논의기구가 필요하다면 진작 제기했어야 옳다. 내년 예산안 처리 시한을 불과 사흘 앞두고 민주당이 지금 와서 갑자기 국민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한 것은 ‘의견 수렴’보다는 다른 저의가 있음이 분명하다.

우리는 미디어관계법 논란 때 민주당 제의로 설치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가 어떻게 기능했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여야 추천 위원들이 100일간 갑론을박을 벌였으나 많은 예산과 시간만 허비한 채 결론을 내지 못했고, 결국 미디어법안은 민주당의 극렬 반대 속에 한나라당의 단독처리로 매듭지어졌다. 국회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상임위원회라는 내부의 공식 논의기구를 제쳐놓고 외부 집단의 판단에 맡기는 코미디 같은 일은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하나만으로 족하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어제 “예산안에 대해 예결위와 본회의에서 끝장토론을 한 뒤 자유투표로 표결 처리하자”고 제의했다. 내일 밤 12시까지 예산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한다면 정부는 준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보게 된다. 이런 급박성을 감안한다면 끝장토론과 자유투표를 통한 표결이 답이다. 난제였던 건강보험 개혁안을 표결로 처리한 미국 상하원의 예에서 보듯 그렇게 하는 것이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이기도 하다.

4대강 국민위원회 설치는 이치에 맞지도 않고 실익도 없다. 한나라당은 이를 거부해야 마땅하다. 두 당이 타협책의 일환이라며 설령 설치한다고 해도 내년 예산안 처리와는 별개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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