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 릴레이 시론<4>/윤영관]원칙있는 대북포용-파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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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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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소련 붕괴로 냉전이 끝나고 새로운 국제정치의 판이 짜였지만 유일하게 한반도만이 새 질서에 안착하지 못한 채 엉거주춤 불안정한 상황에 처해 있다. 두말할 것 없이 변화를 거부하는 북한의 핵 개발과 경제 문제 때문이다.

올봄 북한 당국이 강행한 2차 핵실험, 로켓 및 미사일 발사 사건도 그러한 북한 문제의 표출에 불과하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대화와 타협의 새로운 외교정책을 펼칠 외교팀 인선을 끝내기도 전에 북한이 선수를 쳤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문제, 권력 승계, 핵 보유의 기정사실화를 통한 인도 모델의 추구를 염두에 뒀을지 모른다. 그러나 강화된 유엔 주도 경제 제재로 북한은 더 어려운 지경에 빠졌다.

경제 제재 시행 후 북한 당국은 곧 유화적인 방향으로 태도를 바꿨고 미국인 기자와 개성공단 근로자를 석방했다. 12월 초에는 스티븐 보즈워스 특사 방북도 있었지만 이는 단절됐던 북-미 협상채널의 복구를 위한 분위기 조성 정도의 의미가 있다고 봐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내년에는 6자회담이 열리겠지만 북핵 외교가 순항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북한은 그동안 6자회담을 영변 핵 프로그램 문제에 한정시키려 했다. 이미 제조한 핵무기 처리 문제는 미국과의 군축회담에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북-미 평화조약 체결과 한미동맹 해체까지 요구해 왔다.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은 거론도 하려 하지 않았고 시리아 등 제3국으로의 핵 기술 이전 문제도 회피했다.

이런 문제를 풀어 가는 데 있어서 일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한미 공조를 유지하는 일이다. 긴밀한 공조를 통해 상황 변화에 대응하는 공동 전략을 만들고 실행해야 한다. 공조가 약화되면 북한이 그 틈새를 이용하고, 공조가 치밀하지 못해 한미 간에 정책의 타이밍이 어긋나면 우리 국민은 끌려간다고 또는 소외됐다고 비판할 것이다.

금년에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은 과거 흔들렸던 양국 관계와 대북 공조의 기반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됐다. 이제 미래 비전의 구체적인 내용을 채워 나가야 할 때다. 예를 들어 한반도 평화체제를 어떻게 구축할지, 북핵 해결 이후 한반도의 미래와 동맹은 어떻게 해야 할지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 나가야 한다.

내년에 만일 북한이 핵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로 나온다면 그것은 아마도 국내 경제요인 때문일 것이다. 11월 30일 단행한 화폐개혁 조치는 북한이 당면한 딜레마의 실상을 보여준다. 핵개발 때문에 북한 당국이 주민에게 배급할 충분한 물자나 재원을 외부에서 확보하지 못한 채, 주민의 생계 방식인 시장 메커니즘을 무조건 억누르겠다는 것이다. 주민의 반발은 심해지고 이로 인한 사회불안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최근 신종 인플루엔자 의약품 제공 등으로 남북 간 분위기가 다소 풀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북한 당국이 마음을 바꿔 변화의 길로 나아가는 것을 촉구한다는 뚜렷한 원칙이 있는 포용의 자세로 나아가야 한다. 그들이 시장원리 도입, 비핵화, 인권 증진과 관련하여 태도를 서서히 바꿔 나감으로써 북한 주민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도록 하는 대북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선진국 반열에 이미 들어서기 시작한 한국의 입장에서 북한 문제만이 외교의 전부인 것처럼 처신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 국제사회의 최대 현안은 반테러 전쟁이다. 아프가니스탄에 42개국이 파병했다. 결국 한국 정부도 아프간 파병을 결정했다. 물리적 힘으로는 대국이 아니지만 국제사회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 책임을 같이함으로써 지도국가적 위상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러한 위상 확보는 결국 미래 한반도 문제를 우리가 주도해 풀어 나가려 할 때, 국제 협조를 구하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윤영관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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