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남윤서]국제중-자율고 언제까지 로또식 선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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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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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 추가 모집이 14일 끝남에 따라 13개 자율고의 첫 신입생 선발이 모두 끝났다. 일부 자율고는 입학도 하기 전부터 수업을 시작하는가 하면 반 편성 고사를 3회에 나눠 치르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반 고교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현 정부의 교육정책 목표 중 하나는 학교 유형을 다양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지난해 처음 학생을 모집한 국제중과 올해 선보인 자율고다. 두 학교는 선발 방법이 추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수월성 교육을 목표로 하는 두 학교 모두 사교육비를 증가시킨다는 사회적 논란에 부닥치자 타협책으로 찾은 것이 추첨이었다.

지난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외고 개선안에도 포함될 만큼 추첨 선발은 사교육비 타개책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추첨선발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비교육적인 데다 학교 설립 목적을 해친다는 것이다.

추첨을 직접 진행하는 일선 학교에서도 고민이 적지 않다. 지난달 추첨을 한 대원국제중 김일형 교장은 “언제까지 이런 방법으로 아이들을 떨어뜨려야 하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추첨이 끝난 뒤 김 교장은 모든 학생에게 ‘1차 합격증’을 나눠주면서 “여러분은 실력 때문에 떨어진 것이 아니다. 운이 나빴을 뿐이니 너무 실망하지 말라”고 말했다. 하지만 합격을 의미하는 파란 탁구공을 뽑지 못한 학생들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추첨식을 지켜본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받은 상처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학교를 원망했다.

자율고 추첨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떨어진 학생들은 “차라리 성적이 모자라 떨어졌다면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돼도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지원한 학생보다 ‘꼭 그 학교에 가겠다’고 결심한 학생일수록 안타까움은 컸다.

한 자율고 교장은 “대부분 자율고는 일반고보다 수준별 학습을 강화하고 대학수준 수업을 개설하는 등 상위권 학생들의 수월성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하지만 선발권이 없어 목표로 한 교육과정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제중과 자율고는 모두 예비 선발 기준이 있다. 국제중은 합격자의 3배수를 미리 뽑고 자율고는 내신 성적 50% 이내 학생만 지원할 수 있다. 다만 최종 합격 여부만 학생들의 운에 맡긴다. 교육 당국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선발 방법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의 생각은 다를 것이다. 좋은 선발 방법을 찾지 못한 교육당국의 책임을 학생들에게 떠넘긴 것으로 보일 뿐이다.

남윤서 교육복지부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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