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악의 불임국회’ 정치개혁 후퇴에는 야합한 與野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5일 03시 00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2004년 고비용 정치를 개혁하기 위해 ‘돈은 막고 입은 푼다’는 취지로 도입한 정치개혁 조치를 후퇴시킬 가능성이 큰 내용을 놓고 조만간 빅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야가 최악의 불임(不妊)국회라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해가 걸린 문제에는 초당적으로 야합하는 행태를 보여 대단히 실망스럽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법안 심사소위원회는 불법 정치자금을 30일 이내에 자진 반납하면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방안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중앙당과 시도당에 둘 수 있는 유급 사무직원의 수도 100명에서 15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합의 내용에는 선거운동원에 대한 기부행위를 교통비, 여비 명목으로 허용하고 의정보고회에서 음료 제공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여야는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폐지한 지구당 제도와 법인 및 단체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비지정 기탁금제에 대해서도 주고받기식 빅딜을 할 것이라는 말이 들린다. 지구당과 비지정 기탁금을 부활시킬 경우 고비용 정치를 조장할 수 있다.

국회 내에서의 폭력 행위로 처벌받으면 당원 자격을 박탈하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하려던 움직임도 없던 일로 하기로 여야 합의가 이루어지는 모양이다. 국회 폭력으로 전 세계에 웃음거리가 되고서도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유야무야하려는 것이다.

여야는 9월 정기국회 100일을 4대강 살리기와 세종시 문제로 파행을 거듭하며 허송세월했다. 국회의 예산안 법정 처리기한(12월 2일)을 넘기고 10일 뒤늦게 민생과 일자리 대책이 포함된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임시국회가 시작됐지만 의사일정조차 합의하지 못한 채 국회를 표류시키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어제 오후 국회에서 새해 예산안과 노동관계법을 비롯한 쟁점법안 처리 문제 등을 협의했으나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오늘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 및 계수 소위를 국회법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을 시사했지만 민주당이 야권 공조를 통해 총력 저지에 나설 예정이어서 여야 간 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야가 민생법안과 예산안 처리에는 게으름을 피우면서 언감생심 정치개혁을 후퇴시키는 법률 개정에 합의한다면 국민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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