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두바이 이외의 위험지역 위험상황도 대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30일 03시 00분


두바이월드의 채무상환유예(모라토리엄) 선언은 우리에게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이중의 충격을 준다. 두바이월드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정부 소유 최대 지주회사로 ‘두바이 신화’의 핵심 기업이자 상징이었다. 국내 건설업체와 금융기관이 두바이에 투자하거나 참여한 사업규모는 8800만 달러다. 그중 두바이월드 투자는 3200만 달러 수준이어서 직접적인 피해가 큰 건 아니다. 하지만 두바이에 투자한 나라들이 자금경색을 피하기 위해 한국 등 신흥시장 자산을 처분할 경우 우리는 외자의 급속한 이탈로 작년 글로벌 금융위기 초기와 비슷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두바이 사태’로 두바이에 거액을 빌려준 유럽 은행의 손실이 커지면 ‘유럽발 금융위기’가 현실화할 우려도 있다. 유럽 은행들은 작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입은 손실이 6500억 달러로 미국 은행들보다 많다. 유럽 은행의 올해 초 부실여신 비율은 3.8%로 미국의 2.2%에 비해 높았다. 유럽과 남미의 몇몇 나라는 최근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이 높아졌고 국채 발행이 많은 일부 신흥국가도 자금에 쪼들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국제금융시장은 서로 얽혀 있어 어느 시장, 어떤 유형의 거래라도 잘못되면 충격을 주고받게 돼 있다. 우리나라는 자본시장이 단기에 급속히 개방됐고 국제 투기성 자금도 들락날락거려 시장교란의 위험이 그만큼 높다. ‘100년 만의 금융위기’라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위기설에 묻혀 살 정도로 스스로 위축돼서는 안 되겠지만, 외부 충격 대비는 한시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두바이는 세계 최대 인공 섬인 팜 주메이라, 세계 최고 건물인 버즈 두바이, 세계 최대 테마파크인 두바이랜드 등을 추진해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다. 지금 일부는 공사가 중단됐고 일부는 ‘임대 중’이라는 광고가 방문객을 먼저 반긴다고 한다. 두바이의 외자의존 성장전략은 10년여 고속성장을 이뤄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지는 못했다. 올해 세계 9위가 된 한국의 수출 성공스토리를 보면서 수출 의존이 높고 내수 비중이 지나치게 낮은 오랜 문제점을 떠올리게 된다.

두바이의 통치자 무하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은 최근 두바이 식 성장전략에 대한 내부 비판을 금지했고 자금조달 차질 우려에 대해서도 “부채 상환은 문제없다”며 입단속을 했다가 결국은 피해를 키웠다. 위험요소는 돈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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