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황규인]교육首長에 삿대질하는 서울교육청 파벌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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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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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본관 9층 부교육감실에서 고성(高聲)이 흘러나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김동춘 교원정책과장이었다. 김경회 부교육감이 조직개편 때문에 교원정책과 폐지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하자 김 과장은 목청을 돋우며 반대했다. 심지어 김 과장이 김 부교육감에게 삿대질을 했다는 말까지 들렸다.

지난달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선거법 위반으로 물러나면서 교육청은 김 부교육감의 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김 과장의 이날 행동은 자기가 몸담고 있는 조직의 수장에게 반기를 든 ‘쿠데타’와 다름없는 것이었다. 김 과장은 이날 김 부교육감을 만나기 전 조직개편 주무 부서인 행정관리담당관실에 ‘교원정책과 폐지를 반대한다. 조직개편안을 수정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12월 ‘지방교육행정기관 효율화 방안’을 발표했다. 시교육청은 이에 따라 공 전 교육감 시절부터 1년 가까운 준비 과정을 거쳐 23일 ‘조직개편 추진 계획’을 입법예고했다. 이 계획에는 교원정책과 폐지안이 포함돼 있다.

1999년 초등과 중등으로 나뉘어 있던 인사 부서를 통합해 만든 교원정책과는 시교육청 내에서 몇 손가락에 드는 파워 부서다. 당연히 담당과장 자리는 요직 중의 요직이다. 그런데도 폐지키로 한 것은 인사와 장학이 분리돼 효율이 떨어진다는 내부 판단 때문이다. 행정관리담당관실은 “현장을 아는 초등교육정책과, 중등교육정책과에서 교원 인사를 맡아야 적재적소에 교원을 배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계획안이 알려지자 장학관 출신 초등학교 교장 60여 명이 제일 먼저 반발하고 나섰다. 교원정책과장 자리는 관례적으로 ‘초등 장학관’들의 몫이었다. 이들은 25일 한 초등학교에 모여 대책을 강구했다고 한다. 한술 더 떠 일부 관료들은 교과부와 청와대에 ‘교원정책과를 유지시켜 달라’고 로비를 했다는 말도 들린다.

그러나 정작 시교육청 안팎에서는 ‘쿠데타’의 목적이 다른 곳에 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사권을 쥐고 있던 기득권층이 부교육감에게 경고성 무력시위를 했다는 것이다. 인사 때마다 시교육청 안팎에서는 “특정 지역 출신에게만 요직이 돌아간다” “그 세력에게 잘 보여야 승진한다” “교육장 자리는 1억 원”이라는 말이 끊이지 않는다. 한 시교육청 관계자는 “인사 비리로 최근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은 인사도 여럿”이라고 전했다.

며칠간 소동을 보고 있노라니 시교육청 몇몇 인사 스스로 ‘우리는 개혁의 대상’이라고 고백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황규인 교육복지부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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