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상호]예전과 다른 아프간 파병 상황 제대로 알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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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아프가니스탄에 한국군을 파병할 경우 불가피한 교전과 희생이 따를 것을 각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방 수장이 공개석상에서 인명피해 가능성을 언급하자 군 안팎에서 미묘한 파장이 일었다. 일각에선 국민에게 파병의 불안감을 심어주고 반대 여론을 부추기는 발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군의 분위기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자이툰부대의 이라크 파병을 앞두고 “민사(民事)작전만 하기 때문에 안전에 별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던 상황과 확연히 대비된다. 군 고위 관계자는 “아프간의 상황이 녹록지 않고 파병 임무의 위험성이 만만치 않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프간 현지에선 탈레반 등 무장세력의 자살폭탄 공격이나 급조폭발물(IED) 공격으로 미군과 연합군의 피해가 날로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미군과 연합군 사상자의 절반 이상이 탈레반의 IED 공격에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에서 지방재건팀(PRT) 경호 임무를 수행할 한국군은 현지 지형지물에 익숙지 않아 IED 위협에 쉽게 노출된다. 또 현지 사정에도 밝지 않아 무장세력과 교전이 벌어질 경우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26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유사시 전투도 각오해야 하므로 최정예 병력을 보내야 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다. 2003∼2007년 공병 및 의료지원단(다산·동의부대)으로 아프간에 파병됐던 군 관계자들은 “아프간은 그때보다 더 위험하고 탈레반이 재파병된 한국군을 표적으로 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는 이런 냉엄한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이는 자이툰부대를 포함해 파병 장병들을 한 명의 사상자 없이 복귀시키는 것을 지상과제이자 주요 성과로 강조했던 과거 정부와 군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자이툰부대를 지휘했던 군 관계자들은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한 건의 인명피해도 있어선 안 된다는 심리적 부담감이 매우 컸다”고 털어놓았다.

군 안팎에선 이번 파병의 위험성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가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 촛불시위 등으로 철군 여론이 확산돼 국론분열의 빌미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작지 않다. 정부와 군은 만반의 안전대책을 강구하는 한편 파병은 국익을 위해 장병의 희생도 감수해야 하는 국가적 결단임을 국민에게 명확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필요가 있다.

윤상호 정치부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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