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성호]호화청사 논란과 民官의 두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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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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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져갈 것이 아닙니다. 모두 시민을 위해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경기 성남시 신(新)청사를 둘러싼 ‘호화청사’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23일 이대엽 성남시장이 오랜 침묵을 깨고 이렇게 말했다. 이 시장은 “외국에 나가면 시청을 꼭 찾아가지 않느냐”며 “신청사는 성남시의 얼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논란의 핵심인 시장실을 공개했다.

언론에 처음 공개된 시장실은 그리 화려해 보이지 않았다. 화장실과 내실을 합쳐 130m²(약 39평)에 이르는 시장실에 대해 이 시장은 “결코 크지 않고 규격에 맞게 지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규격에 맞췄다는 시장실은 시장 전용 시설에 국한했을 때에만 맞는 말이다. 비서실과 탕비실, 접견실 등 부속공간을 합치면 시장실 전체 면적은 282m²(약 85평)로 늘어난다. 민원인을 위해 새로 만들었다는 비서실 옆 ‘고충처리민원실’은 비서실장 등 일부 비서진이 사용하고 있다. 사실상 비서실이 2개인 셈이다. 이곳을 합칠 경우 일반적인 개념의 ‘시장실’은 당초 언론에 알려진 것보다 큰 400m²(약 120평)에 육박한다.

접근성도 문제다. 지상 9층 꼭대기에 자리한 시장실은 그 위치만으로 일반인들이 다가서기가 어렵다. 역시 호화 비판을 받았던 용인시청사는 전체 16층 중 4층에 시장실을 두는 등 대부분 지자체가 낮은 층에 단체장 방을 두고 있다. 단체장 방이 주민과의 소통을 위한 상징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시장은 “그동안 낮은 곳에 있었기 때문에 높은 곳에서 넓게 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신청사를 보는 시각이 일반인과는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시장이 ‘호화청사’ 비난을 억울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성남시 일부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10년 뒤를 보고 크게 지은 건물을 단순히 규모만 크다는 이유로 호화청사라고 매도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항변하고 있다.

18일 열린 호화 개청식은 이런 인식이 반영된 행사였다. 특히 비난이 불 보듯 뻔한데도 개청식을 강행한 배경에는 내년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의 영향도 컸다. 성남시의 한 공무원은 “신종 인플루엔자로 대부분의 행사가 취소된 마당에 대규모 인원이 참여하는 개청행사는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라며 “어느 단체장이고 이를 마다할 수 있겠느냐”고 털어놨다.

호화청사 논란은 최근 수년간 끊이지 않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천편일률적인 초대형 청사가 경쟁적으로 지어지고 있다. 지자체 청사에 대한 단체장들의 시각과 인식이 별반 차이가 없다는 의미다. 결국 호화청사 논란은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사라질 것이다. ―성남에서

이성호 사회부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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