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현지]돈이냐 신뢰냐… 블로거 마케팅의 앞날은

  • Array
  • 입력 2009년 11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물건을 사기 전에 인터넷에 접속해 ‘파워블로거’의 의견(제품 리뷰)을 한 번쯤 훑어보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의견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얼마 전 한 마케팅 전문가의 발언이 파워블로거와 기업 간에 이루어지기 쉬운 ‘위험한 거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S사는 60년째 가죽 가방, 권총집 등을 만들어 온 회사다. 품질은 우수하지만 제조업자 설계생산(ODM) 방식으로만 팔아와 자체 브랜드나 유통망이 없다. 지난해 처음 자사(自社) 브랜드로 제품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는데, 유통에 대한 노하우가 전혀 없는 것이 문제였다. 입소문을 통한 주문제작과 한국가방공업협동조합 홈페이지 판매가 전부였다. 1년간 고작 150여 개를 파는 데 그쳤다.

S사 대표는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캐나다 마케팅 전문가 시드 케슬러 씨와의 간담회에서 이런 고충을 털어놓았다. 케슬러 씨는 “입소문과 인터넷을 통해서만 판다”는 얘기를 듣고 “블로거를 이용하라”고 제안했다. 그는 “‘편견 없는 소비자’의 제품 평가는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라며 “파워블로거를 찾아 리뷰를 부탁하라”고 말했다. 불특정 다수가 아닌 해당 분야 전문가 시장을 공략해야 효과적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케슬러 씨가 한마디 덧붙였다. “편견 없는 소비자란 ‘편견이 없는 척’하는 소비자”라는 것이었다. 절반은 농담이었겠지만 물건을 파는 사람에게는 파워블로거에게 공짜 제품이나 대가를 주고 유리한 리뷰를 부탁하고 싶은 유혹이 얼마나 강렬할지 가늠케 하는 말이었다.

미국에서는 급기야 상업적 블로깅을 규제하는 가이드라인까지 나왔다. 지난달 미국 연방통상위원회는 “블로거는 상품 리뷰를 대가로 기업에서 제공받는 무료 경품, 보수에 대해 명확히 밝혀야 하며, 이를 어길 시 최대 1만1000달러를 벌금으로 내야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새 가이드라인은 12월 1일부터 적용된다. 위원회에 따르면 2011년까지 37억 달러(약 4조2000억 원)가 블로거 마케팅에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블로거 리뷰에 대한 믿음 없이는 블로거 마케팅도 있을 수 없다. 블로거 리뷰가 대가를 받고 쓴 것으로 밝혀지면 누구든 다시 그 블로그를 찾고 싶지 않을 것이다. 블로거들은 자기 사이트에 대한 신뢰를 얻느냐, 기업으로부터 대가를 구하느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상업적 블로거가 성행한다면 우리도 조만간 미국처럼 대가성 리뷰를 쓴 블로거에 대해 상당한 벌금을 내게 만드는 규칙을 만들어야 할지 모른다.

김현지 산업부 nu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