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병철]‘제2 이병철-정주영’ 될 도전자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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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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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5단체와 지식경제부가 마련한 올해 기업가정신 주간(10월 26일∼11월 8일)에는 기업인과 정부인사뿐만 아니라 대학생 등 일반시민의 관심과 참여도가 예년보다 높아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동아일보도 한몫을 거들었다. 폐허 속에서 경제를 이만큼 끌어 올린 기업가정신을 대학생 대상의 ‘업그레이드 대한민국, 5만 달러 사회로 가는 길’ 공모전을 통해 젊은 세대에 전파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국 기업인의 투철한 기업가정신은 해외 유수의 경제학자나 이코노미스트가 종종 언급할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올해 국제 콘퍼런스에 참여한 ‘브레이크스루 컴퍼니’의 저자인 키스 맥펄랜드 맥펄랜드전략파트너스 대표 역시 강연을 통해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미국 내 소수 인종이 소유한 기업 중 한국인 소유 기업이 20%대인데, 다른 인종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었다. 물론 기업 성장률도 다른 곳에 비해 1.5배가량 높다고 한다. 강의를 들으며 한국 기업인의 특별한 기업가정신 유전자가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국내로 눈을 돌리면 다소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예전에는 이따금 청년 창업, 청년 최고경영자(CEO)에 관한 기사를 접했던 것 같은데 아쉽게도 요즘은 이런 기사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공부깨나 한다는 젊은이는 의사가 된다, 변호사가 된다, 공무원이 되겠다면서 다들 도서관에 모인다니 말이다.

사회적인 문제다 싶어 전경련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변화시킬 아이디어를 젊은이들에게 물었다. 반(反)기업 정서에 대한 해소 방안이나 꺾어진 기업가정신을 살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졌는데, 의외로 젊은 친구들이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대안을 많이 제시했다. 온라인 장터에서 다문화 음식을 상품화해서 팔자, 이율곡의 십만양병설과 같이 청년 기업가를 육성하자는 등 인상 깊은 제안이었다.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면 어쩌나 염려했는데 참여한 대학생들이 긍정적인 생각이 보이니 다행이었다.

불확실성에 대한 한국 젊은이의 도전정신과 새로운 것에 대한 강한 호기심은 글로벌 기업이 공통적으로 잘 안다. 세계 유수의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한국 시장과 소비자를 그들의 테스트베드로 주목하는 점이 단적인 예다. 그들은 신제품을 한국시장에 먼저 출시하고 반응을 살피면서 제품 기능을 보완한다고 한다. 우리 젊은 세대의 얼리 어답터적 특징이 세계에서 가장 두드러진다는 의미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가 호기심 많은 젊은 창업자였음을 생각하면 우리에게도 인적 토양은 충분한 셈이다.

한국에서도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가 나타나기를 바란다면 먼저 기업인을 바라보는 사회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많은 사람이 해외에 나가면 태극기를 건 우리 기업이나 기업인을 애국자로 치켜세우다가도 국내 공항에 내리는 순간 까맣게 잊는다.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 15대 경제대국으로 우뚝 서기까지 기업인이 기여한 바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일에 우리 사회가 너무 인색했다. 사회 풍토가 바뀌어야 더 많은 청년이 기업가가 되어 인정을 받으려 하지 않을까.

경제 강국이라는 사실에 흡족해하며 안주하기에는 세계 경제 환경은 너무 빠르게 변한다. 세계적인 기업과 기업인이 계속해서 나오지 않는다면 경제성장의 엔진이 언제 멈출지 모른다. 제2의 이병철과 정주영이 되겠다는 꿈을 가진 젊은이가 아쉽다. 머지않아 필자에게 경제계의 거목이 되어보겠다며 조언을 구하러 찾아올 젊은이들을 기대해 본다.

정병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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