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인철]D-905, 속 타는 여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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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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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섭 전남 여수시장의 명함은 특이하다. 2012년 여수세계엑스포 개최 도시임을 알리기 위해 여수의 진남관,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건조했다는 선소, 환상의 섬 백도, 신비의 바닷길 사도, 향일암 일출, 여수국가산업단지 야경, 돌산 갓김치, 오동도 동백꽃 등 여수를 대표할 수 있는 명품 사진을 8쪽 병풍처럼 접어 만든 명함이다. 명함만 보면 여수가 어떤 곳인지 대략 감을 잡을 수 있다.

여수시 관계자나 기관장들을 만나보면 이구동성으로 “여수엑스포 잘 좀 알려주세요”라는 말이 입버릇처럼 따라 나온다. 인사치레의 홍보 차원이 아니라 성공 여부에 대한 걱정이 느껴진다. 인구 30만 명, 시 전체 예산이 7000억여 원에 불과했던 여수가 2007년 모로코 탕헤르를 포함해 세계의 경쟁도시를 제치고 대회 유치에 성공한 것은 정부는 물론이고 재계의 전폭적인 지원과 유치활동 덕분이었다. 한려해상국립공원과 인접해 자연경관이 수려한 남해안의 작은 도시가 국제행사를 통해 지역발전을 앞당기고 한국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여서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여수엑스포조직위원회나 여수시 관계자들은 엑스포에 대한 홍보 부족과 교통편 때문에 자칫 ‘지역축제’로 끝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국내에도 ‘박람회’란 이름이 붙은 행사가 많아 비슷한 수준의 대회로 인식되거나 최남단에 위치한 여수에 대한 국민의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더구나 내년 5월부터 중국 상하이 도심에서 열리는 상하이엑스포와 비교하면 위축이 될 수도 있다. 상하이엑스포는 참가국 230개, 대회 면적 5.28km²(약 160만 평), 관람객 7000만∼1억 명으로 예상될 정도로 규모면에서는 우리의 10배가 넘는다. 여수엑스포에는 2조1000억 원이 투입돼 18조 원의 생산유발 및 부가가치 창출, 7만 명의 고용효과가 기대된다. 방문객은 외국인 55만 명을 포함해 800만 명으로 예상된다.

여수엑스포조직위는 18, 19일 제주에서 제3회 국제심포지엄을 여는 등 여수를 알리기 위해 발 벗고 뛰고 있다. 며칠 전 찾은 여수는 시내 곳곳에 여수엑스포까지 남은 기간을 알리는 전광판이 가동되고 있었다. 전주∼광양 고속도로, 목포∼광양 고속도로, 익산∼순천 전라선 복선전철화, 시내 진입도로 등 각종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가 모두 끝나면 서울∼여수는 자동차로 3시간 20분, 철도로는 2시간 50분으로 단축돼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박람회지원단 관계자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사회간접자본(SOC) 확보인데 박람회 용지나 국제관, 주제관, 한국관은 정부 차원의 지원이라 큰 문제가 없다”며 “다만 박람회 장소에 이르는 시내도로 개설·확장 사업비 2000억 원을 요청했는데 국토해양부와 기획재정부에서 난색을 표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회 유치까지는 범국가적인 지원이 있었지만 막상 이후에는 열기가 식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엑스포 관련 시설을 영구시설로 할 것인지, 임시시설로 할 것인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전남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낙후한 곳이지만 발전 가능성이 큰 곳이 많다. 여수엑스포가 지역균형 발전의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 전반에서 관심을 보여줘야 한다. 조직위와 여수시도 보여주기 위한 ‘규모 경쟁’보다는 우리 실정에 맞는 ‘알짜 대회’가 되도록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이인철 사회부장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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