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 최저출산’ 정부 기업 가정 함께 대응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9일 03시 00분


바닥도 없이 추락하던 저출산 지표가 마침내 세계 최하위를 기록했다. 유엔인구기금(UNFPA)이 발간한 ‘2009 세계인구현황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세계 평균(2.54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22명으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1.21명)에 이어 끝에서 두 번째였다. 이 수치는 지난 5년의 합계출산율을 합산한 것인 만큼 현재 출산율만 놓고 보면 한국이 세계 꼴찌임이 확실해졌다.

저출산이 몰고 올 미래상은 재앙에 가깝다. 출산율이 지나치게 낮아지면 생산가능 인구가 줄고 고령화와 맞물려 부양인구는 늘어나 경제가 활력을 잃는다. 경제성장률과 저축률이 동시에 하락해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거꾸로 사회보장과 조세부담은 증가해 국가경쟁력이 추락한다. 분단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군 자원이 줄어들어 국가안보도 위협받는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출산장려금 지급 같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소액의 출산장려금, 보육비 지원, 의료비 할인 등으로는 출산 기피라는 거대한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다. 극단적 저출산은 한국이 아이를 낳아 키우기 힘든 사회라는 데 근본 원인이 있다. 양육 부담은 거의 전적으로 여성에게 맡겨져 있고 다른 나라에는 없는 사교육비 부담이 부모의 허리를 휘게 한다. 조두순 사건이나 학생폭력 문화에서 보듯 안심하고 자녀를 키우기도 어려운 환경이다. 프랑스처럼 ‘낳기만 하면 국가가 길러준다’는 획기적 양육대책이 필요하다.

가임여성들은 결혼보다는 취업을 원한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결혼을 해서 자녀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이 돼야 출산을 고려한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아지면 출산율도 오른다는 선진국 경험과도 일치한다. 여성 취업률이 높은 덴마크 스웨덴 미국 등은 한국 일본보다 출산율이 높다.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출산친화적 기업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직장 보육시설 설치, 육아휴직 활성화, 탄력근무제 도입 및 출산 공백이 있어도 불이익을 주지 않는 기업문화가 필요하다.

정부가 보육예산을 조금씩 늘려가고는 있지만 저출산의 심각성에 비추어 빈약하기 짝이 없다. 1960, 70년대에는 출산억제 정책을 거국적(擧國的)으로 폈다. 돌이켜보면 당시 출산억제 정책이 너무 잘 작동해 오늘의 위기가 커졌다고도 볼 수 있다. 베이비 붐 시기의 출산억제 정책처럼 이번에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부와 민간의 거국적 대응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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