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조성하]스파클링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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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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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7명이 숨진 사격장 화재. 관광지에서 일어난 대형 참사다. 그래서 이튿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사과하고 총리가 현지를 찾을 만큼 정부의 대처는 기민했다. 일어나서는 안 될 사고였기에.

‘일어나서는 안 될’이란 토를 단 이유. ‘스파클링 코리아’(한국관광 표제어)를 무색하게 한 부끄러운 사고여서다. 한류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맹국으로, YUNA KIM(김연아)과 용사마의 모국으로, 조선(造船)대국으로, 정보기술(IT) 강국의 ‘에지 있는’ 한국과는 도저히 연관지어지지 않는 사고였다.

정부는 내년부터 내리 3년을 ‘한국방문의 해(Visit Year Korea)’로 정했다. 11일에는 서울 청계광장에서 화려한 개막 예고식까지 치렀다. ‘한국방문의 해’ 조직위원회 명예위원장을 맡은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도 나왔다. 하지만 개막도 하기 전에 시련에 부닥쳤다. 1000만 명 유치의 주요 타깃이 일본이어서다.

‘불편한 진실’ 하나. 관광에 관한 한 한국은 개발도상국 수준이다. 기자는 의아스럽기만 하다. 북한에 막혀 육로 접근이 불가능한 사실상 ‘섬나라’ 한국에, 서울의 호텔숙박비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이런 사고가 여전한 안전불감증 나라에 이렇듯 많은 외국인이 오는 이유를.

한 일본인 유족이 인터뷰 중에 한 말이다. “원인을 밝혀 이런 사고가 나지 않게 해 달라.” 그렇다. 이런 줄 모르고 찾았다가 숨진 귀한 손님의 그 무참한 죽음을 애도할 길은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는 일이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은 최고 처방은 될 수 없어도 차선으론 손색없다. 싱가포르는 그것을 보여준 나라다. 10년 전 취재차 싱가포르를 찾았을 때다. 국립도서관 서고를 뒤지다 15년 전(1984년) 작성된 낡은 보고서를 발견했다. 1964년 이후 꾸준했던 외래방문객 성장세가 둔화되자 원인 규명에 나선 태스크포스팀이 제출한 것이었다.

내용은 놀라웠다. 보고서 제출 후 15년간(1985∼1999년) 관광정책이 모두 보고서의 제안을 따르고 있어서다. 대안은 관광정책의 근간이 되어 개발플랜에 반영됐고 또 그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창이국제공항의 아시아 허브(Hub)화, 센토사 섬 개발과 컨벤션 투어리즘까지. 더 놀란 것은 태스크포스팀의 구성원이었다. 모두 관광 각 분야의 현업 실무자였다. 당시 우리 같으면 볼멘소리나 해댄다고 타박받았을 호텔업자, 운수업자, 쇼핑사업자, 식당 주인 등…. 며칠 전 외국인 관광객 전용 투어버스 운영자의 모임인 관운협의회가 문화체육관광부에 진정을 했다. 고궁이나 쇼핑센터, 면세점 앞에서 관광객이 나올 때까지 대기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감시카메라 아니면 단속경찰과 숨바꼭질을 벌이고 운이 나쁘면 범칙금까지 물고 있으니 관광명소에 관광차량의 주차공간을 만들어 달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지켜보고 있다. 이 진정서가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싱가포르라면 어떻게 했을지도 가늠 중이다. 1984년의 싱가포르 보고서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었다. 인건비로 인한 원가 상승으로 쇼핑 매력이 떨어져 쇼핑객을 홍콩에 빼앗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싱가포르의 대안은 기막혔다. 매장 인력의 효율적 활용을 통한 원가 절감으로 가격경쟁력을 키우자며 소형 매장을 대형 쇼핑센터로 흡수하는 쇼핑 스트리트 개발 프로젝트였다. 다케시마야 등 대형 쇼핑센터가 즐비한 현재의 오차드 거리는 그렇게 태어났다. 해답은 늘 질문 안에 숨어 있다.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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