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최영훈]트위터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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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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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인기 강사라도 장시간 샛길로 빠지면 짜증난다. 며칠 전 도시락강좌 모임 때도 그랬다. 강연 주제는 애플이 만든 아이폰이었다. 강사는 작심하고 ‘트위터 전도사’로 나섰다. 주어진 시간의 70%를 쏟아 부었다. 미모의 탤런트인 부인 자랑도 한마디 했다. 그러나 듣다보니 아날로그 세대인 기자도 공감이 갔다. 잠시 황당했지만, 나중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주인공이 바로 이찬진 씨다.

‘140자 내공’ 대우받는 디지털공간

‘아래아한글’을 개발한 그는 이름을 날렸다. 서울대 공대와 한국공학한림원은 ‘한국을 일으킨 엔지니어 60인’에 그를 선정하기도 했다. 달변인 그는 속사포처럼 트위터의 장점을 소개했다. 압축하면 사용자 간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트위터가 새로운 인터넷 문화를 창출해 낸다는 것. 메시지 기능과 웹을 결합한 트위터는 ‘(새가 쉴 새 없이) 지저귄다’는 뜻이다.

광우병 사태 때 포털 게시판에 불이 붙었다. 이곳에선 누구나 평등하다. 아니, 경륜이 있는 사람은 오히려 불리하다. 60대 석학도 사이버 공간에선 ‘초딩’의 일격에 당한다. ‘놀고 있네’ ‘엇다 삽질이냐’ ‘너, 수구꼴통이지’ 세 마디면 무너진다. 인터넷 난장(亂場)에선 위아래가 없다. 정당한 권위도 인정받지 못한다. 게시판을 도배질한 글을 보면 기가 막힌다.

그러면 트위터는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무엇보다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 내공이 있는 사람의 글은 구독자가 늘어난다. 그의 글을 보고 싶으면 등록(following)하면 된다. 또 비방 을 일삼는 사람은 삭제(blocking)해버린다. 인기가 높아 1만 명을 넘는 구독자가 귀 기울이는 사람도 있다. 이른바 ‘큰 입(big mouth)’이다. ‘큰 입’으로 남으려면 실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140자에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지혜나 정보, 재미를 지속적으로 담기는 쉽지 않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모른 체했다간 큰코다친다. 왜 틀렸는지 권위 있는 주석까지 달린 글이 단박에 날아온다. 트위터의 검증 기능이다. 막말이나 거친 표현을 일삼으면 버림받는다. 그래서 가급적 논쟁은 피하는 게 좋다. 말싸움에만 능한 인터넷 논객들은 조심해야 한다.

또 거짓말을 했다간 큰일 난다. 밥 먹듯 말을 뒤집는 정치인들에겐 특히 치명적이다. 삭제해봐야 끝이 없다. 어딘가에 저장된 것이 언제 뒤통수로 날아올지 모른다. ‘100분 토론’은 사라지고 ‘100분 주장’만 남은 세태를 이 씨는 개탄했다. 그러면서 “정치 지도자의 절반만 트위터를 시작하면 머지않아 우리 정치문화가 혁명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트위터 사용자는 국내에 많지 않다. 아직 10만 명을 넘지 못한다. 6000만 명을 넘어선 미국과 비교된다. 그러나 정보기술(IT) 전문가와 젊은 오피니언 리더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들이 나누는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의 파워는 위력적이다. A사 제품에 흠이 있다고 ‘큰 입’이 지적한다. 그러면 A사가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트위터의 대표선수들이 미래를 주름잡을 디제라티(digerati·디지털과 지식계급의 합성어)로 떠오를 수 있다는 말이다.

‘해머 의원’부터 트위터 배우라

대표적인 ‘큰 입’들을 살펴봤다. 이념 스펙트럼에서 가장 왼쪽인 정당대표 2명이 눈에 띈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트위터는 위력을 발휘했다. 좌든 우든 정치를 하는 사람들에게 트위터 해보기를 권한다. 3년 뒤 국내 대선 때도 ‘트위터 돌풍’이 불지 말란 법이 없다. 그렇게 멀리 갈 것 없이 ‘해머 의원’부터 트위터를 배우시라. 실력과 내공을 키우고, 인터넷 공간의 매너도 배워 ‘큰 입’이 되면 해머 들고 정치할 필요가 없어진다. 트위터가 확산돼 여의도 난장에도 차분한 토론과 협상 문화가 활짝 꽃피길 빈다.

최영훈 편집국 부국장 tao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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