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입시 되살리는 일본, 추첨으로 선발하려는 한국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6일 03시 00분


일본 사이타마 현 등 6개 현이 내년부터 2013학년도까지 공립고의 학력고사 전형을 도입한다. 도쿄와 도치기 현은 학력고사 전형 부활을 검토 중이다. 와카야마 현과 시즈오카 현은 이미 입시제로 바꿨다. 신입생 선발을 주로 추천제로 해온 일본 공립고에서 학력저하 현상이 심각해지자 입시를 되살린 것이다.

일본 최고의 명문 도쿄대 합격자를 배출한 상위 20개 고교 가운데 올해 공립고는 5개에 불과했다. 2002년 학교선택제가 채택되고 이듬해 학구제(學區制)가 폐지되면서 잘 가르치기 경쟁이 벌어져 그나마 나아진 게 이 정도다. 공립고 수준이 떨어지자 교육 수요자들은 등록금이 4배나 비싼 사립고에 몰렸다. 국립대뿐 아니라 명문 사립대 진학률에서도 단연 앞서기 때문이다. 더 잘 가르치는 고교를 선택해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싶다는 학생들의 열망을 나무랄 순 없다.

한국에선 입시를 통해 우수한 인재를 뽑아온 외국어고의 신입생 선발을 추첨으로 돌리려는 움직임이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사교육 축소에 초점을 맞춘 외고 개편안을 다음 달 10일 발표할 예정이다. 개편안을 통해 외고를 만약 특성화고나 자율형사립고로 바꾸게 되면 중학교 내신성적 상위 50% 내 지원자 중에서 추첨 선발해야 한다. 공립고까지 입시를 되살려 교육경쟁력을 키우려는 일본과는 정반대로 가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학교를 다양화하고 교사경쟁력을 높여야 공교육이 정상화되고 사교육 열풍이 잦아든다”고 진단했다. 그런데 전교조 눈치에 밀려 교원평가제를 시행도 못했던 정부가 다양한 교육모델의 하나인 외고를 손보는 것은 공교육 정상화에도, 사교육 축소에도 별 도움이 안 된다.

일본 교육이 벌써 몇 년 전부터 인재 양성에 중점을 두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은 수월성 교육에서 국가의 미래를 찾는 세계 흐름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수월성 교육을 나름대로 소화하는 외고를 사교육의 주범으로 모는 ‘교육 포퓰리즘’으로 가선 국가경쟁력 높이기를 기대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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