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명무실한 戰作權전환, 굳이 강행할 일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일 03시 00분


2012년 한미연합사 해체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북한 핵 및 미사일 제거작전과 상륙작전은 미군이 주도한다고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주 밝혔다. 그는 한미안보연구회와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이 주최한 국제회의에서 “한국은 그런 특수작전 능력과 전력(戰力)을 갖추지 않은 점을 고려해 한미 양국이 최근 그렇게 합의했다”고 전했다. 한국군의 독자적인 첨단전력 확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샤프 사령관의 발언은 국민의 안보 불안감을 상당히 누그러뜨렸다.

북의 핵무기 저장소와 미사일 발사기지, 주요 지휘소 등 유사시 파괴 목표는 약 1000곳에 이른다. 이들 지점을 빠른 시간 안에 정확히 타격하려면 우리의 전력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미국 영토와 주일미군 기지를 포함한 세계 각지에서 첨단 전폭기, 항공모함, 크루즈 미사일 등을 동원해야 한다. 북의 미사일 공격을 막아낼 이지스함과 요격미사일도 필요하다. 미군 지휘관이 아니면 이런 첨단무기를 한반도에서 운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미 양국이 한국군의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고 군사적 대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샤프 사령관의 발언은 다소나마 위안을 준다.

샤프 사령관은 “전작권이 전환되면 한국 합참의장의 통제에 따라 한미 육해군 연합전력은 한국군 지휘관이, 공군 연합전력은 미 7공군사령관이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종의 역할 분담이다. 그러나 이는 주한미군사령관이 겸하고 있는 연합사령관 체제하의 일원적(一元的) 지휘체계가 이원화(二元化) 다층화(多層化)의 복잡한 구조로 바뀌게 됨을 뜻한다. 핵심적인 대량살상무기(WMD) 제거 및 상륙작전을 미군이 주도한다고 해도 연합작전이 전반적으로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할 수도 있다.

미국은 2012년 이후 연합사를 대체할 새로운 작전협조 체제를 갖추고 핵 억지력과 보완전력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거듭 천명했다. 하지만 샤프 사령관의 발언은 2012년 이후 한국군의 전작권 단독행사 영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새삼 확인시켜 준다. 그렇다면 거의 유명무실(有名無實)한 전작권 조기 전환을 굳이 강행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연합방위 능력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우려가 크다.

우리의 안보 상황과 첨단 군사력 수준을 직시하고 전작권 전환 시기에 대해 한미 양국이 원점에서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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