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재영]공적자금 투입社, 착한 기업에 팔자

  • 입력 2009년 10월 1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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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국민의 세금을 소중히 관리할 의무가 있다. 공적자금은 세금으로 조성한 자금이기에 관리가 중요하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는 도산에 직면했던 기업을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회생시켰다. 이제 되도록 높은 가격을 지불하겠다는 민간에게 기업소유권을 이전하는 작업이 남아 있다.

자금회수보다 기업발전 중요

국민의 재산인 세금을 소중히 다룬다는 면에서 정부의 지분매각은 많은 금액을 회수하는 점이 중요하다. 그러나 매각대금 못지않게 인수자가 기업을 어떻게 유지, 발전시키고 국민경제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악영향을 어떻게 최소화할지까지 고려해야 한다. 특별히 공적자금을 투입해 회생시킨 기업은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면 대우인터내셔널, 대우건설, 쌍용건설, 우리금융지주, 금호생명은 대규모 기업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정부는 최대금액을 회수한다는 목표 아래 공적자금 투입 기업의 지분매각을 시도했으나 그리 성공적이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실패로 끝난 대우조선의 매각이 그랬고, 대우건설도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부진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원인으로 들 수 있겠지만 모든 것을 경제상황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무엇인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정부 지분매각에서 최대금액 회수라는 목표와 더불어 인수주체의 조건을 고려했으면 한다. 바람직한 인수주체의 조건은 무엇일까.

첫째, 고용창출과 기업가치 보전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실업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는 고용을 유지하면서 인수대상 기업의 고유 가치를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인수기업이 바람직하다. 특히 매각대상 기업이 대부분 우리 경제의 고도 성장기를 이끌어 왔던 대표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브랜드가치를 유지, 발전시키는 일이야말로 중요한 조건이 아닐 수 없다.

둘째, 국민경제의 경제력 집중 문제를 회피할 수 있는 기업이면 더욱 좋다. 인수 여력만을 본다면 국내 유수 대기업집단만 한 대안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대안이 전혀 없다면 몰라도 기업의 양극화나 경제력 집중 문제는 정부가 항상 신경을 써야 할 평가 기준이다. 물론 국적에 관계없이 외국의 국부펀드나 사모펀드도 인수주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의 알짜 기술을 노리거나 기업의 본질 가치인 성장보다 외형 부풀리기를 통해 단기 차익만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셋째로 투명하고 윤리적인 기업 그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라야 한다. 앞으로 전개될 비즈니스 환경은 성장과 경쟁, 그리고 주주중심의 경영에서 내실과 협력,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다시 말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를 더욱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뀔 것이다. 이왕이면 중요한 국민자산인 매각대상 기업을 윤리적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맡기는 편이 매각대상 기업의 지속성장 관점에서나 국민경제 전체의 건강성을 높이는 데도 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국민경제 버팀목으로 키워야

넷째로 자금력이 풍부한 기업이어야 된다. 작금의 국내외 금융시장은 아직도 부실이 완전히 걷히지 않았고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남아 있다. 회생기업 지분매각을 최대금액 회수라는 단일 목표 아래 진행한다면 비싼 가격을 지불한 인수기업이 투자 자금 회수를 위해 무리수를 두면서 또다시 부실위험에 빠질 우려가 있다. 대우건설의 재매각이나 대우조선 매각 실패도 이를 간과한 결과일지 모른다. 입양돼야 하는 아이에게 부모를 찾아주는 심정으로, 매각조건을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서 주인을 찾아 줌으로써 기업이 국민경제의 큰 버팀목으로 성장하도록 배려해야 한다.

정재영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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