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한석희]60돌 중국, 국제사회 신뢰 얻어야

  • 입력 2009년 10월 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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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1일 톈안먼 광장에서 거행된 중국 건국 60주년 기념식은 마치 중국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서막과 같았다. 중국 정부는 대대적인 규모의 기념식을 거행함으로써 중국의 지난 발전을 재점검하고 앞으로의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기념식의 하이라이트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열병식이었다.

팍스 차이메리카 시대 열려면

인민복 차림의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자신에 찬 모습으로 8000여 명이 참여한 군사행진을 사열하면서 중국군의 기술발전과 역량강화를 대내외에 과시하였다. 물론 14억 중국 인민은 이번 건국 60주년 기념식을 보면서 중국의 부상에 벅차오르는 감동을 만끽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주변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혹시 중국이 이제 본격적으로 중국식 강대국화를 시도하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사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제사회에서는 미국의 급격한 쇠퇴와 중국의 지속적인 성장을 전제로 미국에서 중국으로의 세력 전이 가능성을 논의해왔다. 이러한 논의는 중국이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대체할 수 있는지, 그 조건은 무엇이며 또 부작용과 반대급부는 무엇인지,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서 중국 주도의 국제질서로의 전환 가능성에 대한 제반문제를 분석해 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논의는 차이메리카(Chimerica)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질서변환의 중간(과도) 단계를 설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차이메리카란 중국(China)과 미국(America)을 결합한 합성어로 21세기 초반 세계경제를 활황으로 이끌었던 미국과 중국의 보완적 경제공생관계를 지칭한다.

차이메리카의 구조 속에서 중국은 미국인이 선호하는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했고 미국은 중국이 생산하는 제품을 소비하는 상호의존적 경제관계를 유지했다. 또한 그 결과 중국은 두 자릿수의 경제성장을 지속하면서 세계 수준의 경제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중국이 수출로 번 달러를 다시 미국 국채 매입에 투자함으로써 미국은 늘어나는 재정적자를 메울 수 있었다. 물론 최근 들어 차이메리카를 통한 미국과 중국의 공생관계가 더는 유지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차이메리카란 용어는 오히려 경제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외교 안보 문화 환경 등 국제사회의 다양하고 포괄적인 분야에 적용돼 미국과 중국이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용어로 승화되고 있다.

앞으로의 국제질서는 미국과 중국이 협력하여 국제사회를 이끌어가는 팍스 차이메리카(Pax Chimerica)로 전환될 것이라고 한다. 미국의 처지에서는 팍스 차이메리카를 통해 현재 직면하고 있는 금융위기를 돌파하고 세계지도국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관심사일 것이다. 반면 중국은 팍스 차이메리카를 통하여 자국의 강대국화를 가속화하고 중국을 국제질서의 중심 국가로 구체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소프트 파워로 리더십 확보를

그러나 팍스 차이메리카가 성공하기 위한 핵심적 조건은 중국의 변화다. 중국은 우선 소프트 파워를 강화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신뢰감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둘째로 중국은 서구문명으로부터 규범력의 중요성을 학습해 인류발전에 좀 더 긍정적인 중국식 규범을 제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국내정치의 민주화를 통하여 내재적 갈등을 해소하고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을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중국의 변화만이 팍스 차이메리카의 성공을 통한 팍스 시니카(Pax Sinica)를 보장할 수 있다. 중국 건국 60주년을 맞아 중국의 좀 더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해 본다.

한석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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