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종시 수정, 이제는 정부 여당이 전면에 나서야

  • 입력 2009년 9월 24일 02시 56분


코멘트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는 어제 새벽까지 이어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세종시는 국정의 비효율을 초래할 것이며, 새롭게 수정 추진돼야 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정부 조직 가운데 ‘9부 2처 2청’이 세종시로 옮겨 가더라도 자족(自足) 기능이 없으면 유령도시로 전락하게 될 현실을 직시하자는 얘기였다. 이에 대해 야당인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세종시 원안 추진과 정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정 후보자는 국회의 임명동의안 표결에서 부담을 안게 됐지만 국운이 걸린 세종시 문제를 공론장에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중도실용을 내건 정권 2기 내각을 이끌 총리 후보자가 세종시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함으로써 다시 논의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세종시 건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 때 공약으로 내걸어 “재미 좀 봤다”고 털어놨던 행정수도 이전의 연장선에 있다. 노 정권은 수도이전 정책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을 받자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로 이름을 바꾸었다. 한나라당도 충청권 표를 의식해 동조했다. 각 당이 표 계산에 매달려 국가 효율성이 걸린 중대 사안을 깊이 있게 논의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총리 후보자 개인의 소신이다. 총리는 보좌 기능을 할 뿐 대통령의 뜻과 다르게 행정을 펼 수 없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당내에서 일고 있는 세종시 수정론도 무시한 발언이다. 안 원내대표는 10·28 재선거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해 충청권 민심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생각밖엔 없는 것 같다.

총리로 지명되기 전까지 세종시에 대해 별 말이 없었던 정 후보자가 지명 기자회견에서 ‘세종시 대안론’을 들고 나오자 정치권 일각에선 ‘사전 조율설’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청와대는 부인한다. 총리 후보자를 앞세워 민심의 향배를 떠보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현 정부도 지난 대선 때 충청권 표를 놓치지 않으려고 ‘세종시 원안대로 건설’을 수용했지만 국가운영의 비효율성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정 후보자가 국회 인준을 받고 국무총리에 정식으로 취임하게 되면 정부와 여당은 과연 어떤 방안이 국가 전체와 충청 지역 주민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되는지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국정을 책임진 집권세력으로서 국가 백년대계가 걸린 사안을 놓고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고 설득하는 책무를 차일피일 미뤄서는 안 된다. 정권 2기 내각은 원점에서 각계 의견을 수렴해 세종시를 둘러싼 정략적 공세와 소모적 논란을 종식시켜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