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稅外수입보다 예산낭비 수술이 더 중요하다

  • 입력 2009년 9월 1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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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세수(稅收)만으로는 재정건전성 악화를 막는 데 부족하다고 보고 세외(稅外)수입을 늘리기 위한 대책에 골몰하고 있다. 내년 국유지 매각 규모를 올해보다 최대 2배로 확대하고, 정부가 가진 공기업 주식을 기관투자가에 빌려줘 수수료 수입을 올리는 주식 대차(貸借)거래와 기업은행 지분 매각도 추진할 방침이다.

재정건전성 회복 문제는 정책적 선택의 딜레마다. 경기(景氣)의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확장 정책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재정 불안 해소에 초점을 맞춰 정부 지출을 대폭 줄이거나 증세(增稅)에 나서면 다시 경기를 얼어붙게 할 우려가 없지 않다. 하지만 다음 세대의 부담을 키우고 국가경쟁력에 걸림돌이 되는 재정 악화를 계속 방치할 수는 없다. 당분간 재정 규모와 세외 수입의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더라도 경제 효율의 관점에서 낭비적 요소가 많은 정부지출을 없애는 것이 재정건전성 개선을 위해 더 효율적이다.

최근 정부는 내년 복지예산을 80조3000억 원 이상으로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 정부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복지지출의 비중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다.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당초 정부안(20조6000억 원)보다 많이 배분하고 국방예산도 늘리기로 했다. 이런 분야에 들어가는 예산도 한정된 재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인지, 낭비적 요인은 없는지 철저히 따져야 할 것이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 예산 배정이 더 시급한데도 당장 생색이 안 나는 부문이라고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4대강 사업 추진과정에서 예산을 더 아낄 부분은 없는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내년 사업비 6조7000억 원 중 재정에서 3조5000억 원을 조달하고 한국수자원공사가 3조2000억 원을 분담하기로 했다지만 공기업이 정부보증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면 결국 넓은 의미에서 국가채무가 늘어나게 된다. 환경부가 생태하천복원사업, 국토해양부가 지방하천조성사업이란 이름으로 같은 하천을 따로 개발하고, 지식경제부와 환경부는 경쟁적으로 탄소배출권거래소 운영사업에 나서고 있다. 정책 추진과정의 이런 예산 중복 및 낭비 사례가 적지 않다.

친(親)서민 정책이라는 명분만 있으면 ‘통 크게’ 예산을 배정하는 ‘친서민 제일주의’가 걱정되는 측면도 있다. 정책의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비용과 편익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면 결국 피해는 서민을 포함한 국민 모두에게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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