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선희]中-日발판이 필요한 ‘한국문학 세계화’

  • 입력 2009년 9월 7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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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음식점에 한중일 세 나라의 문예지 편집장들이 모였다. 일본 ‘신초(新潮)’의 야노 유타카(矢野優) 편집장, 중국 ‘샤오숴제(小說界)’의 웨이신훙(魏心宏) 편집장, 한국 ‘자음과 모음’의 정은영 주간이었다.

이들이 모인 것은 각국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세 문예지에 동시에 게재하는 ‘문학 콘텐츠 교류 프로젝트’를 논의하고 알리기 위해서였다. 세 잡지는 내년 여름호(5월)부터 2년 동안 나라별로 작가 8명씩 총 24명의 신작을 네 차례에 걸쳐 싣는다.

프로젝트를 기획 발의한 정 주간은 “한중일 삼국이 문학교류를 통해 문화 역량을 확대하고 동아시아 출판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는 가장 가까운 문화권인 일본과 중국에도 제대로 소개되지 못했던 한국문학을 알릴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일본 소설은 출판사들이 고가의 선인세 출혈을 마다하지 않을 만큼 경쟁적으로 번역되고 있다. 중국문학 작품도 최근 활발히 소개되는 추세다. 하지만 두 나라에서 한국문학의 위상은 참담하다. 웨이 편집장은 “중국에서 인기 있는 한국 작가는 ‘국화꽃 향기’의 김하인 씨, 인터넷 소설가 귀여니 씨 정도이며 그 외의 작가들에 대해선 정보조차 거의 없다”고 말했다.

야노 편집장의 말에 따르면 일본에서도 그 사정이 비슷하다. 그는 “일본인들에게 한국문화라고 하면 드라마나 영화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영상물을 책으로 엮은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주로 본다”고 말했다. 일본의 출판사들도 잘 팔리지 않는 한국문학을 굳이 소개하려 들지 않는다. 일본문학번역가인 김응교 씨는 “국내 인기 작가의 작품에도 인세를 전혀 주지 않거나, 우리 쪽이 5000∼1만 달러씩 제작비를 대는 굴욕적인 조건으로 책을 내는 걸 당연시하는 출판사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은 기자가 한중일 삼국의 문학교류 취재현장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삼국 작가들이 교류하는 기회는 드물지 않지만 한국작가들이 상대국 작가의 작품세계를 ‘일방적’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서로의 작품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지 않는 한 작가 교류도 사실상 친목도모 이상의 의미를 갖기 힘들다.

일본 중국의 두 문예지는 각각 신초샤(新潮社)와 상하이문예출판사라는 영향력 있는 대형 출판사가 발행하는 잡지다. 세 출판사는 이번 교류를 시작으로 단행본 출간 등 교류를 확대할 계획이다. 유망한 한국작가들의 신작을 소개하는 것은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해서도 탄탄한 발판이 될 것이다. 이번 시도가 한국문학을 체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통로가 되길 기대한다.

박선희 문화부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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