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포커스/밥 허버트]아프간 소년의 수감생활 6년

  • 입력 2009년 7월 3일 02시 59분


6년 반 전 모하메드 자와드가 아프가니스탄 카불 인근에서 체포돼 미군에 이송됐을 때 아무도 그의 나이를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미국의 언론은 그의 나이를 14세 또는 16세로 서로 다르게 보도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12세라고도 했다.

자와드의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그는 고문을 받은 뒤 ‘지옥’에 던져졌다. 그의 죄질은 나빴다. 2002년 12월 미군 2명과 아프간 통역 1명이 탄 차량에 수류탄을 던져 3명 모두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였다. 테러범으로 인정된 그는 얼마 안 돼 아프간의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로 이송됐다.

자와드는 어마어마한 취급을 받았다. 유능한 미군 장교가 이 사건을 맡았다. 장교는 그가 심각한 테러를 저질렀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나중에 이 사건에서 손을 떼고 양심상 군법회의에 더는 참가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2007년 훈장까지 받은 대럴 밴더벨드 예비역 중령이 이 사건을 넘겨받았다. 그때 자와드는 이미 5년 가까이 감옥살이를 한 때였다. 중령은 당초 자와드에 대한 유죄 판결은 어렵지 않게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가 미군을 공격했을 뿐 아니라 한 이슬람 무장단체의 조직원으로 활동한 것도 명백해 보였다.

그러나 밴더벨드 중령이 자와드의 유죄 증거를 찾으려 하면 할수록 스트레스는 점점 늘어갔고 이는 낙담으로 이어졌다. 되레 그를 수사한 사람들이 고문으로 자백을 얻어낸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이는 나중에 군 판사도 인정했다.

밴더벨드 중령은 군 범죄조사부에 조사 내용을 요약해 보고서를 제출했다. 바그람에서 작성된 것과 완전히 다른 이 보고서에는 바그람에서 자와드가 어떤 고문을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보고서에는 “자와드는 두건을 얼굴에 뒤집어쓴 채로 뺨을 맞거나 또는 쇠고랑을 찬 채로 계단에서 굴려지는 고문을 받기도 했다”는 내용도 있다.

자와드가 진술한 고문은 바그람의 다른 수감자가 받았던 고문 내용과 정확히 일치했다. 10여 명의 교도소 경비원은 그런 방법으로 수감자를 학대했다. 관타나모에 와서도 그에 대한 학대는 계속됐다. 그는 너무나 자주 감방을 옮겨 다녀 심한 불면증에 시달려야 했다. 관타나모 수용소의 기록에 따르더라도 그는 아무 이유 없이 14일 동안 112번이나 감방을 옮겨 다니기도 했다. 하루 평균 8번을 옮긴 셈이다.

밴더벨드 중령은 이렇게 썼다. “조사를 통해 우리는 자와드가 ‘잠 안 재우기’ 고문을 받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는 “미군 병사가 자와드를 어떻게 다뤘는지 완전히 알게 된 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비애를 느꼈다”고 고백했다. 반면 그의 범죄 혐의에 대해선 명백한 증거가 없었다. 고문에 의한 자백은 군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는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자와드가 충분히 고통을 당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오바마 행정부 법률가들은 그에게 자유를 찾아주려는 노력에 반대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입장을 정당화하기 위한 근거로 고문에 의해 받은 자백을 증거로 활용하고 있다. 이런 증거가 이미 아무런 가치가 없음에도 말이다.

밴더벨드 중령은 자와드에 대한 수사 업무를 그만두었다. 이제 그는 자와드의 석방을 위해 활동하는 군 법률가 및 미국 시민단체와 함께하고 있다. 체포될 당시 소년이나 다름없었던 자와드에게 6년이라는 감옥생활은 이미 충분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밥 허버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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