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칼럼]올 추석 계획, 부모님 말씀 잘 듣기

  • 입력 2008년 9월 11일 19시 52분


어른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옛말이 요즘처럼 실감날 때가 없다. 사람마다, 신문마다 의견은 물론이고 ‘사실’조차 달라 뭐가 맞는지 알기 힘든 세태에선 더욱 그렇다. 우리의 예쁜 역도 선수 장미란의 어머니도 며칠 전 한 대학 강의에 딸과 함께 나와 말했다. “미란이가 이렇게 크게 된 건 부모 말을 잘 따라줬기 때문이랍니다.”

욕망의 민주화, 불만의 세계화

현장을 전한 연합뉴스에 따르면 학생들 사이에 우레 같은 박수갈채는 터지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 미란이는 먹기 싫어도 엄마가 해준 음식은 다 먹었다…자기 생각이 옳다 싶겠지만 부모는 인생을 더 살았다. 부모 말씀에 순종하는 게 복이 된다”는 어머니 말씀이 결국은 옳았음을 깨달으려면 학생들은 아마도 한참을 더 살아야 할 거다.

공부하기 싫어 죽겠는데 공부해서 남 주느냐고 야단치고, 모처럼 늦잠 좀 잘라치면 어서 일어나라고 성화이고, 좀 싸웠기로서니 형제간 이웃 간에 화목해야 한다고 타이르는 부모님 말씀은 시대에 뒤처진, 답답하고 고리타분한 잔소리로 들리기 십상이다.

게다가 글로벌 시대의 자식들은 부모 세대보다 훨씬 유식하다. 밤잠 안 자고 인터넷과 씨름한 덕에 몰라도 상관없는 세상일을 너무 많이 알게 돼서는 패리스 힐턴의 호화판 생활과 부모한테 물려받은 것 없는 내 삶을 괜히 비교한다. 빌 게이츠처럼 하버드대를 때려치우고 창업할 기업가 정신도 없었으면서, 하버드대를 갈 실력은 없는 내게 결과의 평등을 주지 않는 사회에 격분한다. 욕망은 한없이 평등화 민주화돼 버렸는데 능력과 여건은 그렇지 못해 불만이 세계를 관통하는 형국이다.

이 불평등한 세상을 바로잡자며 그게 안 되면 세계화라도 가로막자고 나서는 세력은 언제나 있다. 온갖 주장과 이론이 난무하는 시대, 무엇이 옳은지 헷갈린다면 부모님을 떠올려 보면 답이 나온다. 공부해서 남 주지 않는다고 했다. 글로벌 경쟁은 피할 수 없고 남보다 뛰어난 지식 기술 능력을 지닌 빌 게이츠 같은 이에게 세계화의 열매는 더 많이 돌아간다. 싫어도 학력차별은 글로벌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경쟁력 있는 교육에 반대하는 전교조는 부모님 앞에 무릎을 꿇어야 옳다.

그렇다고 세상이 똑똑이들만 사는 곳은 아니다. 암만 글로벌 경쟁력이 강조돼도 근면과 성실, 동기와 자제력, 다른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태도 같은 특성은 여전히 성공을 좌우한다. 그래서 세상은 공평하다. 우리 부모님만의 보수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주장이 아니라 2000년 노벨 경제학상을 탄 제임스 헤크먼도 밝혀낸 연구결과다. 그는 5세 때부터 부모에게 배우는 비인지적 능력, 즉 성격이 18세 때의 지능으로, 그리고 평생의 수입과 성공 여부로 직결된다고 했다.

개개인의 이런 성격과 태도는 그 나라의 문화와 국민성으로 연결된다. 왜 어떤 나라는 잘살고 어떤 나라는 못사느냐에 대해 학자들마다 지리적 지정학적 환경이나 정치경제 체제와 제도, 리더십 등 무수한 답을 쏟아냈지만 최근엔 다시 문화와 국민성으로 공감대가 모아지는 추세다.

1800년대 중국과 일본의 기술은 영국에 뒤지지 않았지만 산업혁명이 일어난 곳은 영국이었다. 영국엔 근면과 참을성, 교육과 혁신 등 경제성장을 북돋는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훌륭한 제도나 정책이 나와도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백마 탄 초인 같은 걸출한 대통령이 나와 문화와 국민성을 변화시키지 않는 한.

성격과 문화가 성공을 좌우한다

왜 누구는 성공하고 누구는 못하는지에 대한 해답도 다르지 않다. 어렸을 때 부모님은 일찍 일어나지 말고, 공부하지 말고, 다른 사람과 다투고 다니면서 조상 탓, 사회 탓이나 하라고 하지 않았다. 당신이 세상에 없더라도 당당한 한몫의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설령 당신들은 그렇게 못했더라도 자식한테는 ‘바람풍’ 하라고 가르쳤다.

물론 부모님 말씀 잘 듣는 착한 어린이만 어른이 됐다면 빈곤이나 범죄, 사회악은 없었을 터다. 또 부모님 말씀을 거역하는 살부(殺父)의식을 거치지 않으면 아비를 능가하는 자식도 나올 수 없다. 올해도 한가위 TV 프로엔 ‘불효자는 웁니다’라는 고마운 가요가 흘러나올 것이다.

김순덕 편집국 부국장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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