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다 씨는 1970년대 중-일 평화우호조약을 이끌어낸 아버지 후쿠다 다케오 전 총리의 ‘후쿠다 독트린’을 이어받아 동아시아 공동체 실현을 강조해 왔다. ‘아시아 국가들과 마음과 마음이 오고가는 신뢰관계를 구축한다’는 게 후쿠다 독트린의 이상(理想)이다. 그 이상이 한일관계에서 먼저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이런 점에서 후쿠다 씨가 최근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고무적이다.
한일관계는 그동안 한류(韓流)로 상징되는 역동적인 경제·문화 교류 속에서도 정치적으로는 경색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부의 과거사 부정과 대미(對美) 편중외교, 이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미숙한 대응이 주된 원인의 하나였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전통적인 선린·우호관계가 이런 식으로 방기(放棄)되는 것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안 된다.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양국이 함께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6자회담의 성공을 통한 동아시아 다자안보협력체제의 정착도 그중 하나다. 이를 위해선 일본이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당장 일본인 납치문제에 좀 더 유연한 자세를 보여 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항상 ‘동아시아 평화’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 주변국들의 신뢰도 쌓인다.
향후 동아시아가 한 세기 전처럼 열강에 의한 패권 다툼의 장(場)으로 바뀌느냐, 평화의 중심이 되느냐가 진실로 일본에 달렸다. 그렇지 않아도 “중-일, 미-중 간 경쟁이 결국은 헤게모니 싸움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이를 앞장서서 막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후쿠다 씨는 보여 줘야 한다. 그 첫 시험대가 한일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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