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선관련 수사, 檢警이 중심 잃지 않아야

  • 입력 2007년 6월 25일 22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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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쪽짜리 경부운하 보고서는 한국수자원공사 기술본부장이 빼내 결혼정보업체 대표와 주간지 기자에게 차례로 넘겨져 공개(보도)됐다고 경찰이 밝혔다. 그러나 이런 표면적 유통 경로의 규명만으로는 사건의 진상을 알 수 없다. 핵심은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씨를 겨냥한 특정 세력의 조직적 음모가 배후에서 작용했느냐 여부다. 수사도 당연히 이 부분을 파고들어야 한다.

경부운하의 타당성 보고서를 낸 서울시정개발연구원과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희망세상 21 산악회’에 대해 경찰과 검찰이 전격 수사에 나선 것도 이 씨에 대한 압박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그래서 정부기관의 ‘이명박 흠집내기’에 수사 공권력까지 동원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전혀 근거 없다고 보기도 어렵다. 검경은 이 씨 주변에 대한 선거법 위반 여부 수사와는 별개로, 대선주자 검증에 불법적이고 정략적으로 개입하는 세력의 실체도 밝혀내야 한다.

수자원공사가 애초 운하보고서를 작성하게 된 배경은 물론이고 유출 의도, 중간 전달자 및 기자의 역할까지 낱낱이 규명돼야 한다. 이 보고서를 요약한 ‘짝퉁 보고서’는 누가 왜 어떻게 퍼뜨렸는지도 마찬가지다. 수자원공사 기술본부장을 이번 사건의 가장 윗선으로 보기는 어렵다. 대학 최고경영자과정 동기생이라는 관계만으로 비밀보고서를 넘겨줬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경찰수사가 ‘도마뱀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3개 정부산하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가 만든 보고서인 것처럼 겉표지를 바꾼 점이나 9쪽짜리 원본과 일부 내용이 다른 점도 사유를 밝혀야 한다. 뉴라이트청년연합 공동대표로서 정치적 성향이 짙은 김모 씨가 개인 사업과 무관한 이 보고서에 눈독을 들인 배경도 조사해야 한다.

검경 수사의 정치적 중립은 공명 공정 선거의 관건이다. 운하 보고서 유출 사건이 2002년 대선 당시 ‘김대업 거짓폭로사건’의 재판(再版)이 되느냐, 아니면 공정한 대선 경쟁의 발판이 되느냐는 특히 검찰 손에 달렸다. 대선을 앞두고 검경이 중심을 잃지 않아야 진정한 민주주의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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