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금동근]유럽은 평준화교육 폐기하는데…

  • 입력 2006년 11월 21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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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럽 교육계의 화두는 단연 ‘개혁’이다.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대학 교육을 개혁하려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개혁의 목표는 무엇보다 ‘경쟁력 높이기’로 모아진다. 세계 대학 평가에서 20위권에 이름을 올린 대학이 유럽에서는 고작 영국의 옥스퍼드, 케임브리지밖에 없는 현실이 유럽 대학들을 개혁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한때 유럽의 대학들은 전 세계 대학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지금은 반대다. 유럽의 대학들은 미국의 대학들을 닮으려 애쓰고 있다. 공짜 교육과 평등 교육을 강조하던 전통을 버리고 경쟁에 입각한 엘리트 교육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 입학 자격만 있으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프랑스에선 일부 대학이 경쟁 선발 시스템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대학들은 학생들에게 수업료를 받기 시작했다. 받은 수업료는 졸업할 때 돌려준다. 도중에 학업을 포기하는 사태를 방지하고 학생들이 빨리 공부를 마치게끔 자극을 주기 위해서다. 그리스에서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근 사립대학 설립을 금지한 법안을 철폐했다.

독일이 가장 적극적이다. 독일은 5개 주를 시작으로 앞으로 학기당 500유로의 수업료를 받을 예정이다. 학비를 내지 않다 보니 경쟁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 현실을 바꿔보자는 것이다.

2011년까지 19억 유로(약 2조3000억 원)의 예산을 대학의 연구 진흥에 투자하는 독일은 전국에서 엘리트 대학 10군데만 선정해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시민들도 ‘대학의 수준은 같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는 데 찬성하고 있다.

독일의 한 교육계 인사는 “학교들의 수준을 보면 ‘언덕’인 곳도 있고 ‘계곡’인 곳도 있다”면서 “독일이 지금 바라는 것은 언덕을 산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교육비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여전히 교육의 질에서 평가를 높게 받지 못하고 있다. 올해 더 타임스의 대학 평가에서 100위 이내에는 서울대가 63위에 오른 게 고작이다. 정부의 교육 정책 독점, 평준화 이념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의 기준에서 ‘언덕’ 수준이라도 오른 대학이 과연 우리에게 몇 개나 있는가. 세계의 개혁 추세와는 반대로 그나마 있는 ‘언덕’들마저 ‘평지’로 만드는 우를 범하는 건 아닐까.

금동근 파리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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