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노벨경제학상 프레스콧 교수의 한국경제 진단

  • 입력 2006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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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부담을 낮춰 민간 부문에 경제 활력을 불어넣어야 생산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200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에드워드 프레스콧 미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11일 “세금을 늘리는 것은 ‘어리석은(stupid)’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11, 12일 이틀간 연세대 주최로 열리는 ‘연세 노벨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프레스콧 교수는 이날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장과 대담을 가졌다.

프레스콧 교수는 정 소장과의 대담에서 미국 등 세계경제에 대해 전망하고 한국경제에 대한 조언도 했다.

그는 특히 “한국이 제2의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생산성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며 “이는 정부가 주도해서는 힘들고 민간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소장) 내년 미국경제에 대해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3% 정도의 성장률로 연착륙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고, 성장률이 2.5% 이하에 머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미국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나.

“(프레스콧 교수) 한 나라의 경제성장률을 점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3% 정도의 성장은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미국은 유럽에 비해 생산성이 높은 편이다. 미국에는 불법 체류자를 포함해서 이민자가 많은데 이들이 노동생산성에 기여하는 바도 크다. 미국경제가 갑자기 나빠질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본다.”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소득 불평등 문제가 큰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상위 1%의 소득만 늘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미국인들의 생활 수준이 전체적으로 향상되고 있다고 반박한다. 미국의 소득 불균형은 어느 정도 심각한 문제인가.

“미국은 전통적으로 근로자들이 국내총생산(GDP)의 65%를 가져간다. 이 같은 추세는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그 비중이 줄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 다만 일부 통계에서 근로자의 몫이 줄고 있는 것으로 나오는데 이 통계들은 부가급여(fringe benefit)를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 미국의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의 잠재 성장률은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현재 4% 중반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실제 성장률은 2003년 이후 계속 잠재 성장률을 밑돌았다. 이 때문에 한국경제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한국은 오랫동안 매우 빠른 성장을 거듭하며 선진국을 많이 쫓아왔다. 성장률이 둔화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한국은 훌륭한 다국적 기업이 많고 개방 수준도 높아 앞으로도 어느 정도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앞으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복지 수요도 많이 늘어날 것이고 안보 환경의 변화로 국방비도 증액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국민의 세금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

“한국은 미국 유럽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세 부담이 낮아 경제 활력을 유지할 수 있었고, 근로자들에게 일하고 싶은 의욕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세금을 늘리는 정책보다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미국이 유럽에 비해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유럽에 비해 세 부담이 낮았기 때문이다. 세 부담을 늘린다는 건 어리석은 정책이다.”

―한국경제가 앞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여성 인력의 활용도를 높일 수도 있고, 세금 부담을 낮춰 근로 의욕을 북돋울 수도 있을 것이다. 생산성 향상은 정부 주도보다는 민간 자율에 맡기는 것이 좋다. 정부 주도형 성장 모델은 한계가 있다.”

―한미 두 나라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

“한국경제의 강점 가운데 하나는 한국경제가 개방돼 있고 수출입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FTA는 생산성 제고는 물론 고용증진 효과도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한국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미국과 협상이 마무리되더라도 미 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이 미국의 개방정책을 반대하고 있어 표결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정리=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사진=김동주 기자 z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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